민주화운동 불쏘시개 된 '인쇄쟁이 삶' 정리

김영일 시인, 남원출신 '숨은 지사' 〈강은기 평전〉 발간

“그는 어수선한 을지로 인쇄소 골목, 수상하게 썰렁한 그 좁디좁은 공간에서 감히 천하의 독재자와 맞섰던 ‘불온문서’ 아지트의 전사였다. 그는 가냘픈 육신도, 쌓여만 가는 외상 적자도 생각지 않고 ‘일선보다 위험한 후방’에서 온갖 고초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그의 헌신과 수난은 이 나라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줄 것이다.”(한승헌 변호사)

 

“그는 민주화운동에 얼굴 없는 운동가였다. 독재정권의 발아래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선생께서 손수 찍어낸 유인물 한 장 한 장은 민주주의에 목말랐던 국민들에게 희망의 단비였다. 그의 의 헌신과 노고는 반드시 기억되어야 할 역사다. 고인의 평전 출간으로 우리 민주주의 운동사가 한층 풍성해지고 국민들에게는 감동과 교훈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이해찬 전 국무총리)

 

남원 출신으로, 지난 2002년 작고한 강은기 선생(1942년생) 이야기다. 세진인쇄의 대표였던 강은기선생은 어려서부터 줄곧 인쇄업을 해온 인쇄쟁이 일과 민주화운동을 결합시키며 민주화운동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나 그의 공적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부안 출신의 김영일 시인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민주화운동의 숨은 지사, 인쇄인 강은기 평전〉을 냈다(자유문고). 고인과 전북민주동우회 활동을 함께 했던 저자는 급작스런 병고로 투병하는 선생을 안타까이 여겨 면담·구술작업을 통한 선생의 삶의 역정을 정리했다.

 

고인은 4·19혁명의 대열에 합류하고 1961년 5·16군사쿠데타에 절망하여 입산 출가했다. 1972년 박정희 유신독재 선포 이후 민주화운동 주역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고 배후에서 헌신적으로 지원한 숨은 공로자다. 불굴의 지사적인 결기로 많은 사건의 인쇄물을 도맡아 수사기관의 연행 조사, 구금, 405일 투옥, 고문 등 가난과 고난을 걸치고 살았다. 강은기 선생은 가장 많은 사건에 관련이 되어 있어 ‘수사기관에 가장 많이 연행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