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버스 사태 원인과 쟁점] 부당 해고 '불씨'…노동자 숨진 뒤 노사 대립 '재점화'

노조, 사업주·중간 관리자 처벌 등 요구 / 신성여객 측 "기사들 승무 거부로 피해" / 전주시·고용노동부 "해결 노력" 말로만 / 정치권, 행정 관리 감독·중재 소홀 질타

▲ 지난 9일 전주시청 앞에서 ‘버스 노동탄압 분쇄 전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버스문제 해결을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을 결의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전주 시내버스 사태가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은 가운데 장기화 양상을 띠고 있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회사 측과 지루한 소송전을 벌이던 와중에 자살을 기도했던 전주 신성여객 전 기사 진기승씨(47)가 지난 2일 세상을 떠난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총력 투쟁을 선언하면서 사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진씨는 지난 4월 30일 전주시 팔복동 신성여객 사옥에서 목을 매 뇌사상태에 빠졌었다. 그는 2012년 11월 회사 측 관계자를 폭행한 것 때문에 해고 처분을 받은 뒤, 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은 신성여객 측에 △신성여객 중간관리자 퇴출 △진씨에 대한 명예회복과 부당 해고 기간 보상, 노조원 면책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사 측과의 입장이 노조 측과 너무 커, 양측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노조 측이 승무거부를 진행하면서 회사는 물론 전주시와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본보는 한 달 보름여를 끌어오고 있는 전주시내버스 사태의 원인과 쟁점, 노·사·정 입장에 대해 짚어본다.

 

△1차 버스파업후 5년째 제자리

 

지난달 28일 전주 시내버스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주를 찾은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은 하나 같이 시내버스 사태를 불러온 전주시의 버스 관리·감독 소홀에 대해 질타했다.

 

특히 2010년 1차 버스파업 사태 대처 과정에서 드러난 전주시의 무능·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해 5년째 버스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비례)은 “버스사업장의 부당행위에 대한 고소·고발이 수백건에 이르는 등 전주지역에서 불법행위가 만연해 있다”면서 “버스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송하진 전 전주시장을 국감장에 세울 수 밖에 없다”고 밝혔었다.

 

의원들은 1차 파업 당시 전주시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이 버스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불거진 회사 측과 노조 측의 갈등 구조가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버스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사측의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지도·점검은 등한시한 채 노조를 압박하는 것에만 치중해 회사와 노조 사이 불신을 더욱 키워왔다는 것.

 

여기에 해직 버스기사 진씨의 자살 기도와 뒤이은 노조 측의 승무거부 운동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도 버스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노조 측은 회사 측에 ‘진씨에 대한 명예회복 및 진정성 담긴 사과’등을 요구했지만, 전주시와 회사 측은 노조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던 것.

 

이후에도 노조와 회사, 전주시·고용노동부는 물밑에서 협상을 하며 사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았지만 입장차가 큰 데다, 깊어진 상호 불신 때문에 제대로 된 타협안을 내놓지 못한 것도 사태를 키워왔다.

 

노조는 진씨 유족에 대한 사과와 함께 시내버스 노후화, 사업장의 임금 체불 등 부실경영, 부당 노조탄압이 개선되지 않는 한 무력투쟁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에 대해 사측과 전주시,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 노·사·정 상생을 위한 대화와 타협을 제안하고 있지만, 너무 크게 벌어진 입장차이로 인해 쟁점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노조측, ‘신성여객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촉구= 노조 측은 지난달 초부터 신성여객 버스사업장 점거 농성 및 승무거부를 통해 회사 측과 맞서왔다.

 

그러면서 진씨 유족에 대한 사과 등 진씨에 대한 명예회복 및 보상과 △노동탄압을 근절할 재발방지 대책 마련 △노동탄압 사업주 처벌 △신성여객 사업권 회수 △신성여객 중간관리자 3명 퇴출 등 7대 요구안을 수용을 회사 측에 주문했다.

 

특히 노조는 “기사 출신 중간관리자들이 노조원 탄압에 앞장선 것도 모자라 각종 부당 노동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승무거부는 장기화됐다.

 

노조는“신성여객 측의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자 처벌, 노동탄압 철회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진씨의 죽음은 사측의 치밀한 노조 탄압과 이를 수수방관한 전북도와 전주시의 무능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진씨의 뜻을 받들어 노동탄압 분쇄, 해고자 복직,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도부 등이 업무방해 혐의로 수차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진씨의 자살기도로 불거졌던 회사 측의 부당 해고 등의 문제가 승무거부로 이어지면서, 경찰이 공권력을 투입한 것.

 

이에 대해 노조는 ‘무리한 공권력 개입’이라며 맞섰고, 경찰은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되받아쳤다.

 

△회사측, ‘부당 해고는 인정, 노조원 면책은 안돼’=신성여객 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진씨에 대한 사측의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서도 일부 수용할 의사를 내비쳤다.

▲ 지난 4일 오전 경찰이 승무거부 중인 전주 신성여객 사업장에 진입해 농성 중인 노조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하고 있다. 전북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승무거부 및 버스사업장 점거에 나선 노조원에 대한 면책과 중간관리자 3명 퇴출 요구에 대해서는 불허 방침을 밝히고 있다.

 

회사 측은 ‘한 달이 넘은 승무거부 및 사업장 점거로 입은 사측의 피해를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진씨 유족에 대한 생활비 지급에 대해서도 10년 간 매월 분할 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진보성향 시민단체 측에서는 ‘회사 측이 버스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부당 노동행위를 했으니, 회사측이 전면적으로 노조의 요구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버스사업주들은 ‘회사 측이 그동안 입은 피해를 무시할 수 없으니 노조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할 행정기관 입장

 

전주시와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버스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정 상설 협의체’구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사태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주시 측은 정치권에서 지적한 전주시의 버스사업장 관리·감독 소홀 및 중재 노력 부족에 대해 ‘지속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힘썼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어 노·사 문제는 고용노동부 소관 업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회사와 노조 사이 중재를 위해 각각의 요구안과 합의안을 통해 중재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