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바캉스' 예술아, 놀자!

▲ 이광진 한국공예가협회 이사장
세계적으로 휴가문화가 유난히 극성인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 사람들은 마치 한 해동안 여름휴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는데 연차, 공휴일 등을 망라해 1년의 40%가 노는 날이라니 그들이 휴가를 즐기는 노하우도 대단할 수밖에 없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에서 만나는 프랑스 관광객들은 2~3개월의 넉넉한 일정으로 휴가를 즐기고 있다는 데 그 얘기를 들으면 한없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더 부러운 것은 프랑스 사람들은 대부분 의미없는 여행이나 관광보다는 피서지의 문화를 마음껏 체험하고 이를 통해 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가히 문화대국 국민이라 할만 하다.

 

여름밤 도심 속 문화예술 체험

 

우리나라도 경제성장의 당위성에 소외됐던 국민행복추구권을 회복하면서 최소한의 국민 휴식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한 주5일 근무제와 대체 공휴일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로써 국민 삶의 질 개선 뿐만 아니라 내수경기 진작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구조를 이루는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사실 문화바캉스라는 용어는 피서를 겸한 관광의 목적중 방문지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이 주요 프로그램이어서 문화바캉스가 색다를 것은 없지만 굳이 구분한다면 산과 바다로 떠나는 전원형 휴가보다는 ‘도심 속 피서’에 더 어울리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피서지로 떠나지 못하고 한 여름밤을 도심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 주로 야간에 진행되는 각종 문화예술행사와 체험프로그램들은 이런 사회적 니즈에 충실히 부응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매년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대규모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으며, 남산골한옥마을, 서울역사박물관, 청계천문화관〉 등 여러 문화공간에서 마련되는 다양한 문화공연과 상설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문화바캉스를 즐기는 것이 서울시민들이 여름을 잊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고 있다. 우리 고장에서도 도립미술관, 전주박물관, 전주역사박물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기관에서 여름휴가철을 겨냥한 색다른 전시와 체험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도민들이 거의 무료로 행사를 즐길 수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경제적인 문화바캉스의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 의미에서 전라북도 문화관광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한옥마을에서의 문화바캉스의 여건은 어떤가? 1년이면 수백만의 외지인들이 다녀가는 대표적인 문화관광지로서 문화도민들의 자부심도 크다. 하지만 그로 인해 지역 주민이 한가하게 어느 때든 들러 쉴 수 있는 지역의 휴식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주말과 주중 가릴 것 없이 주차난과 인파에 휩쓸려 과연 이곳이 슬로시티의 상징적인 관광지로 언제까지 남아있을지 걱정이다. 물론 지자체에서 한옥마을의 외연을 넓히고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 것 같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또 지역민들이 일과를 끝내고 야간에 피서를 겸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문화바캉스를 활성화 할 수 있다면 낮에 스쳐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숙박하면서 여유있게 즐기는 관광지가 될 수 있으며 지역민들에게도 휴식공간을 되돌려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옥마을을 문화 즐기는 관광지로

 

전주한옥마을이 문화바캉스의 명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위탁기관, 주민들의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하겠지만 우리 예술인들과 문화예술단체들의 자발적 참여도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각자가 지닌 재능을 활용하여 훌륭한 작품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작업과정을 함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봉사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데 우리 예술인들의 힘을 함께 모아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