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자치 초창기 때는 공무원들이 대 놓고 줄 섰다. 6급 이상들은 승진하거나 힘 있는 자리로 가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썼던 것. 도시에서는 공무원들의 영향력이 별반 크지 않지만 농촌으로 가면 영향력이 상상 그 이상이다. 돈과 정보를 쥐고 있는 군청에서 죽이고 살리고 할 정도로 모든 걸 쥐락펴락 한다. 작은 공사라도 해먹으려면 군수 측근 실세들과 연이 닿지 않으면 할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업자들도 사전에 배팅을 한다. 심지어 우열이 가려지지 않은 곳은 선거 때 보험금을 이 삼중으로 드는 건 비일비재하다.
민선 이후 더 지역인심이 사나워졌다. 각 지역별로 지지했던 후보에 따라 편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선거감정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쉽게 가시질 않는다. 그 만큼 감정적으로 각인돼 있어 그렇다. 얼굴에 바코드가 찍히지 않았더라도 내편 네편을 금방 구분한다. 유권자가 많은 도시도 당선자나 측근들은 누가 선거 때 자신을 어떻게 도왔는지 그냥 안다. 친인척도 선거 때 그냥 돕질 않는다. 대부분 뭔가 반대급부가 뒤따를 것으로 알고 자신이 직접 실탄을 써가며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 때 돕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유력 인사들은 공천권자에게 선을 대서 공천 받도록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해주고 업자들은 실탄으로 돈도 절도 없는 사람은 맨몸으로 뛴다. 당선자는 또 재선을 위해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하므로 선거 때 도움 준 사람들을 전혀 나 몰라라 못한다. 인허가가 들어오면 다소 무리가 있어도 내주고 청탁이 들어 와도 쉽게 거절을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튼 당선자들은 정도 차이만 있을뿐 돈 문제에 관해서는 거의가 자유롭지 못하다. 선거 때 직 간접으로 도움 받은 당선자들은 깨끗하게 선거를 치렀다고 표정관리를 하지만 이불속에 들어가면 발을 못 뻗고 잘 수 있다. 그냥 실탄을 갖다 준 바보들이 아니라서 더 그렇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