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난민 인정자 '0명'

신청자 8명…불법체류자 신세 / 인권위 "국제적 기준 제도 필요"

파키스탄 출신 A씨와 B씨는 1990년대 후반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왔다.

 

익산지역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언젠가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부양할 마음에 밤낮 없이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파키스탄과 인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치열한 내전이 벌어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생기는 등 정국이 불안해지자 이들은 2008년 한국 정부에 난민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법무부 심사 결과 이들은 ‘관련 증빙자료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난민으로 인정 받지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한국에 남아 있을 처지도 되지 못하는 이들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곳곳을 떠돌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누적된 국내 난민신청자 7000여명 중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389명으로, 채 6%에 미치지 못한다.

 

전세계 난민인정 평균치인 38%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다.

 

전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난민 신청자 8명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난민 인정자는 없다.

 

이에 UN이 정한‘세계난민의 날(20일)’을 맞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19일 논평을 내고 “난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의 정립, 정부차원의 발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세계난민의 날’은 전쟁과 테러,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등으로 인한 박해를 벗어나기 위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의 고통에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에서 난민 신청자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난민으로 인정받은 경우라도 난민에 대한 사회적 처우가 국제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에서도 적극적인 난민 인정과 생계비 보장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인간의 존엄성은 국가 사이 벽보다 훨씬 강하고 소중한 것이다”며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끊임 없이 이동하고 있는 국제적 약자들을 이제 우리사회가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총회는 지난 2000년 12월, 매년 6월 20일을 공식적인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로 지정하는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바 있다.

 

난민의 날은 난민협약의 의미와 가치를 재확인하고, 난민보호라는 국제 사회의 책임을 전세계가 공유하기 위해 제정됐다.

 

한편 한국은 1992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 등에 가입했고 국내 체류난민 증가에 따라 2012년 ‘난민법’을 제정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