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게 뒷다리 잡기

▲ 김영 전북시인협회장·만경여고 교사
참게는 뒷다리 힘이 세다. 어쩌다가 사람에게 잡혀 항아리 속에 갇혀도 끄떡없다. 힘이 센 뒷다리로 미끌미끌하고 깊은 항아리를 기어올라 거뜬히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뒷다리 힘이 좋은 참게도 항아리를 탈출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다른 참게와 함께 잡혔을 때다. 한 녀석이 항아리를 기어오르기 시작하면 다른 참게가 그 녀석의 뒷다리를 붙잡는다. 기어오르려던 참게는 뒷다리에 매달린 참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항아리 바닥에 떨어진다. 다른 한 마리가 또 항아리 벽을 기어오른다. 역시 다른 참게가 뒷다리를 잡는다.

 

달라진 선거문화에도 네거티브 여전

 

부걱부걱 거품을 내며 서로 엉겨있는 항아리 속 참게들은 이젠 탈출을 왜 해야 하는지, 탈출하는 길을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오직 남의 뒷다리를 잡느라 한데 엉켜 순식간에 날카롭고 검고 딱딱한 덩어리가 되고 만다. 자기가 가진 모든 힘을 남의 뒷다리 잡는 일에 다 쓴다. 결국 항아리 속 참게들은 누구도 항아리를 탈출하지 못한다.

 

5월과 6월 내내 남의 뒷다리 잡는 이야기만 들었다. 선거판이 원래 그런 거라고 하지 말라. 명색이 한 지역의 수장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정책을 제안하기 보다는 참게처럼 상대방의 뒷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선거유세를 하는 동안 추격하는 후보는 앞서가는 후보의 뒷다리를 시끄럽고 요란하게 물고 늘어졌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온갖 네거티브 때문에 진실이 가려질까봐 걱정했다. 대대적으로 지원을 나온 중앙당의 이름께나 있는 분들조차 자기 당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홍보하기 보다는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흠집을 내는 일에 더 열심이었다.

 

선거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금품 따위를 주고받는 일은 없어졌고, 지역감정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지역사람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그 지역에서 꿈을 키운 사람, 출마한 지역의 형편을 누구보다 샅샅이 잘 아는 사람, 바른 걸음으로 자기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 지역에 대한 비전이 크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유권자들은 깨끗한 한 표를 기꺼이 드린다. 지역민의 이야기를 가슴으로 듣는 사람, 자신의 활동상황과 지역현안에 대해 지역사람들과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유권자는 다시 선택한다.

 

선거문화가 달라졌다는 걸 미처 모르고 남의 뒷다리나 잡고 기어오르던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유권자의 마음이 움직이는지, 나는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지 찬찬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선되고 싶다면 지역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고 유권자를 감동시키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네거티브에 맞대응하지 않은 사람은 곁에서 보기에도 바보 같다고 여길 만큼 참아냈다. 진실의 힘을 믿고 끝까지 참는 모습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대게는 그 지역의 인물들이다. 배울 만큼 배웠고, 어느 정도의 인격은 갖춘 사람들이리라. 그 사람들이 배운 건 대체 무엇일까? 그들은 언제부터 진실의 힘을 믿지 않았을까?

 

남의 뒷다리 잡는 일 그만해야

 

이제 선거는 끝났다. 남의 뒷다리 잡는 일은 그만하자. 그런 소리에는 귀도 기울이지 말자. 그러기엔, 시원한 품을 열어놓고 묵묵히 우리를 기다리는 유월의 숲에 들기가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