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족한 산수화'…위태로운 우리 삶

우진문화재단, 장영애 초대전 26일~내달 8일까지

   
▲ 장영애 作 ‘중첩-동풍을 기다리며’
 

우직하고 단단한 바위는 강인함으로 그리는 이를 매혹했다. 준엄한 존재에 대한 동경과 욕구는 화폭의 무게 중심을 잡는데도 유용했다. 정선은 ‘금강전도’에서 오른쪽 바위산은 수직 준법으로, 왼쪽 토산은 미점(米點)으로 대조를 이루며 구도를 완성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이상향인 도원을 둘러싼 바위산을 부감법(俯瞰法)을 통해 몽환적으로 나타냈다.

 

한국화에서 ‘가장 큰 소재이자 주제고, 주체’인 바위에 천착하고 있는 장영애 작가(36)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우진문화재단은 26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전주시 덕진구 전주천동로에 있는 전시장에서 제57회 청년작가 초대전으로 장 작가의 그림을 내걸었다.

 

흑운모처럼 방향성을 지니고 쪼깨짐이 있는 그의 바위는 화면을 지그재그로 가르며 역동성을 부여한다. 각각의 바위는 작은 단위의 집합체가 모여 보다 다 큰 규모를 형성하는 사회의 프랙탈 구조를 상징한다. 사회의 피라미드화된 계층 질서의 견고함 속에서도 생명은 씨를 내리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이 바위 사이사이에 담겼다. ‘바위산수’나 ‘중첩-몽유도원도’와 같은 작품에서는 음양이 조화로운 산수화의 안락함보다는 뾰족하고 날카로움 속에 사는 현대인의 위태로움과 안타까움이 먼저다. ‘중첩-동풍을 기다리며’에서는 열기구라는 소품을 배치해 이상향으로 비상하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장 작가는 “삶의 토대가 되는 사회의 단단한 구조물 속에서 사람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부터 석암(石, 巖)은 살아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어떠한 것보다도 강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대상이었다”며 “문인화에서 바위는 장수(壽)를 상징해 꽃과 새의 화려한 아름다움 곁에서 강인하고 무한한 생명을 불어넣었고, 산수화에서는 빠질 수 없는 수려한 풍경의 뼈대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장영애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20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다. 장 작가는 다음달 7일부터 15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에 있는 그림손갤러리에서 이번 전시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