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 세월호는 이미 없다

사의 표명했던 총리 일방적 유임 결정은 국민들에 대한 도전

▲ 김영기 객원논설위원,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유임을 결정했다.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에게 정 국무총리는 이미 총리가 아닌지 오래 되었다. 다만 새로운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 업무의 연속성 때문에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양해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일이다. 대통령과 총리 자신도 알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반성으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총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 사퇴 및 책임자들의 처벌,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 구축과 재발방지책의 마련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진 내용이다. 그 첫 출발이 총리사퇴였다.

 

그런데 이것이 뒤집혀졌다. 2명의 총리 후보가 도덕성 논란으로 사퇴한 뒤 나온 얄팍한 결론이다.

 

이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고 폭거이다.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과 부정부패의 결정판이 세월호 참사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전 사회에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점들을 낱낱이 드러났다. 이를 해결할 단초를 여는 것이 수많은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산 자들과 국가가 가져야 할 예의이며 의무이다.

 

국가지도자는 도덕성과 청렴성, 열정과 능력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국무총리로 추천되는 후보군들이 최소한의 도덕적 여과장치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지도층들의 천민성과 부패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꼭 극복해야 할 지상과제인 것이다.

 

현재 제시되는 도덕적 잣대는 결코 어려운 것들이 아니다. 불법 군대 면제, 부정입학, 이중국적, 부동산 투기와 탈세, 부도덕한 부의 축적, 논문 표절, 친일전력 및 논란 등 국민의 상식적 수준에서의 최소한의 가치일 뿐이다. 보통의 시민 누구나가 지켜내고 있는 단순한 기준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거창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외국의 사례처럼 거창한 기준도 아니다. 이것은 애애초 기대하지도 않는다.

 

다만 일반 시민들의 수준에서 보통의 도덕성을 이야기 할 뿐이다.

 

이러한 기준조차도 쉬이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바로 한국 국가 지도자들의 몰가치성 및 타락상을 보여주는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부와 권력의 획득은 순리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초법적인 조건에서 일방적인 밀어주기와 무경쟁, 국가적 차원의 법적 제도적 지원, 학연·혈연·지연 등으로 형성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금도 거의 면제 수준이었다. 이렇게 부와 권력을 축적하고 탐하다 보니 대한민국은 천민자본주의와 금권만능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 인간성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이 명예까지 독점하고 있는 사회, 모든 이들이 불나방처럼 이를 쫓아가거나 이들에 굴종하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켜야만 세월호와 같은 구조적 모순에 근거한 대형 참사들을 막아낼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구조적인 비리를 해결해가는 단초를 열 수 있다. ‘매 앞이 아니라 돈 앞에 장사 없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 대한민국을 뿌리부터 고치고 다듬어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세월호 참사가 주는 교훈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세월호 참사를 있게 한 사회구조적인 모순들을 사회 구석구석에서 극복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과 단초를 열어나가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와 국민, 여와 야의 구분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과거의 국가적 재난 때와 마찬가지로 용두사미나 대충대충 미봉책으로 끝날 것이다. 더 이상 뼈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정흥원 총리는 이제 즉각 물러나야 한다.

 

조변석개하는 사람, 자신의 책임을 스스로 번복하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하겠는가? 청와대 눈치 보며 월급이나 축낼 사람일 뿐이다. 정흥원 국무총리는 즉각 사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