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 한국에 대한 관심 높은 듯
국제경쟁에 소개된 작품은 좀 제각각이었다. 신인들의 첫 작품도 있고, 알려진 중견들의 영화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러시아의 중견 감독이 만든 〈하얀 이끼〉처럼 이 지역의 에스키모라 할 수 있는 유목민들의 신화와 현대적인 러브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 인상에 남았다. 〈조류 인간〉팀을 따라 기자회견 자리와 인터뷰 자리를 따라가 보았다. 아주 당연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이 꽤 많았다. 왜 하필이면 ‘새’로 변하는가, 그것이 한국의 전설과 어떤 관련을 맺는 것인가, 왜 하필이면, 여자만 새로 변하는가 등.
전설과 관련된 질문은 나름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데, 동물에서 인간으로 변신하는 이야기는 꽤 많아도(구미호 이야기처럼), 인간이 끝내 동물로 변신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없는 편이다. 신연식 감독은 전주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 이야기가 ‘정체성’에 관한 것임을 강조했지만 모스크바에서는 변신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던 것 같다.
또한, 한국의 동시대 분위기를 이 영화가 어떻게 내포하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꽤 있는 편이었는데, 그것은 영화에 대한 관심이기보다는 한국에 대한 관심 때문일 것이다. 공식 상영이 열리는 옥토버 극장에서 얻은 영화제 데일리에는 〈조류인간〉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라는 리뷰가 실려 있었다. ‘조류인간’ 팀은 영화 상영 전 무대 인사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 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영화제의 공식 상영을 경험했던 것 같다. 영화제는 저마다의 특징과 분위기를 지닌다. 그것이 압축되어 있는 것이 경쟁부문의 프로그램인 동시에 첫 상영이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영화제라는 사이트를 통해, 그곳의 극장에서 처음으로 상영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이 있을 것이다. 평소 무심하게 배치를 했던 것을 진행하는 이의 입장이 아니라 경험하는 사람의 입장으로 지켜보게 되니 좀 다른 것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나뿐만이 아니라 전주영화제의 다른 작품과 프로그래머들이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전주영화제, 국제교류 통해 위상 제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삼인삼색은 뜨거운 평가를 받았고, 신연식 감독의 〈조류인간〉은 6월 말에 열리는 모스크바의 국제경쟁 부문에, 기요르기 폴피의 〈자유낙하〉는 7월초에 열리는 카를로비바리 국제경쟁 부문에 상영이 된다. 여기에는 다른 프로그래머가 참석할 예정이다. 그리고, 박정범의 〈산다〉 역시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결과에 대한 발표가 따로 있겠지만 이러한 성과를 내놓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것은 기획과 영화의 힘이었다. 당분간 전주영화제의 새로운 토대는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에 집중했던 것처럼, 영화를 통해 국제적 교류와 위상을 높이는 데 있을 것이다. 모스크바는 국제적 첫 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