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건설업계, 자치단체 공사에만 의존

1군업체 전무속 공동주택 건축 여력도 미흡 / 타지역 일감 못따내 '집안서 밥그릇 싸움만'

건설경기 침체속에 도내 건설업체들의 공공공사 의존도가 심각해지면서 자립심을 기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타지역 중견 건설사들이 전국 분양시장을 휩쓸고 있는 것과 달리 도내 건설업체들은 오로지 지자체 등 공공공사 발주를 통한 지역 의무공동도급이나 지역제한 공사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내에는 1군 건설업체가 전무한 실정인데 브랜드와 자금력 부족으로 스스로 공동주택을 지을만한 여력을 가진 업체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한건설협회 전북도회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건설공사 누계 수주액은 1조 2267억 원으로 전년 2조 676억 원에 비해 무려 40.7%(8409억 원)나 감소했다.

 

이는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분야 투자축소 정책에 따른 것으로 도내 일반건설 업체 665개사 가운데 공공공사를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전체의 30%에 육박하는 187개사에 달했다. 나머지 건설사 대부분의 수익률도 손익분기점을 밑도는 등 전북 건설업계가 총체적인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 건설업체 대부분은 공공 성격을 띤 관급 공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으로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상당수 업체의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도내 건설업체들이 올해 직접 공동주택을 시공한 사례는 제일건설과 계성종합건설 정도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타시도 중견업체들이 도내 공사를 독식했다.

 

플러스건설과 옥성건설, 준건설 등도 선전하고 있지만 타지역에서 성과를 내기보다는 지역내 공공공사 수주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구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충북 청주에 본사를 둔 대원건설은 파주 운정신도시를 시작으로 청주 대원칸타빌 1~3차, 동탄2신도시 1~2차를 시공했다.

 

충남에 본사를 둔 계룡건설 역시 이번 농협 충남본부 신사옥 건설을 포함해 전국의 굵직굵직한 공사를 거머쥐는 등 사실상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평이다.

 

전남·광주에 본사를 둔 호반과 중흥, 우미건설 역시 전북을 포함한 세종시, 수도권 일대의 분양시장을 휩쓸고 있다.

 

부산을 기반으로 한 반도건설 또한 동탄신도시와 김포한강신도시, 양산신도시 등에서 특화된 설계를 통해 탄탄한 중견건설사로 도약했다.

 

이처럼 타시도 중견 건설사의 경우 본사를 둔 지역보다 타지역 공사 수주 경쟁에 나서 활약상을 보이고 있지만 도내 건설업체들의 경우 집안 내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역내에서는 “건설사간 서로 공동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타지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도내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전북 내 일반·전문·시설 등 건설업체는 총 5000개 이상에 달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가 지역 내 공사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라며 “공사도 적고 인구도 적은 전북의 공사물량만 바라보다가는 모두 자멸직전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협회 관계자도 “지역 내 기업체들에게 지역 업체를 이용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며 “사실상 타지역으로 진출하고 싶어도 외지에 나가 실패한 사례가 많을뿐더러 이 정도의 자본력과 브랜드를 보유한 업체가 사실상 없는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