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23명 중 막내에 해당하는 교사가 39세일 만큼 연륜과 경험을 요하는 곳이 전진협이다. 하지만 전진협도 해를 거듭할수록 결속력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
이 교사는 “이전엔 대입 진학이 학생 성적과 교사 경험에 좌우됐지만, 최근엔 대입 진학 기준이 성적에서 진로로 바뀌면서 복잡해진 입시 제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백년대계를 꿈꿀 수 없는 대한민국 교육계의 현실인 셈이다.
9월 6일부터 시작되는 201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전형 원서 접수를 앞두고 전진협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체 모집 인원의 64%(2015학년도)를 차지하는 수시 전형에서 상위권 대학들이 내신을 주로 보는 ‘학생부 교과전형’보다 교내 활동 등을 보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늘리는 쪽으로 쏠려서다.
특히 올해부터는 자기소개서 등에 ‘외부 스펙’을 쓰면 0점 처리하도록 해 학생부가 거의 유일한 평가자료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여건이 나은 특목고·자사고 출신이 더 많이 합격할 거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일반고 학생과 학부모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이 교사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왜’라는 질문이 중요하다”며 “‘왜 이 대학에 지원하는 거지?’ ‘왜 이 전공을 공부하고 싶은 거지?’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잘 녹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일고의 경우 수시를 겨냥해 독서토론대회와 경시대회 등을 열며 학생부에 담을 내용을 준비시키고 있지만, 이전부터 준비한 특목고가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립 일반고의 경우 교사들의 순환 근무로 진학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했다.
올해 수시모집 인원은 지난해와 비교해 7868명 줄어든 24만3352명이다. 그는 “대학별로 학생부·대학별 고사 위주인지 또 대학별 고사의 경우 논술고사 비중이 큰 지, 적성고사를 시행하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며 “전공과 관련된 교과목 내용을 물어볼 개연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는 일반고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했다. “특목고 등으로 우수 학생들이 빠져나가면서 일반고가 슬럼화돼가고 있다”고 진단한 그는 “학생들의 학습의욕이 부진한 게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인권조례 통과로 인해 학교가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손을 놓으면서 면학 분위기가 흐려졌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입장을 전하며 “학생들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의 관리감독 의무가 강화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