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지켜지는 바람직한 사회를 꿈꾸며

'세월호'대형참사 계기 / 국민 공동체 의식 높여 / 선진 사회 만들어가야

▲ 오광수 대구지검장
최근 우리나라는 세월호 사고라는 큰 아픔을 겪었다.

 

이로 인해 모든 국민들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소비가 둔화되는 등 사회 전체가 활력을 잃고 있다. 추모와 애도의 마음은 깊이 간직해야겠지만 언제쯤 이 충격을 극복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사고의 수습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번 일을 거울삼아 그동안 무엇을 잘못하였는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

 

이번 사고는 안전을 무시한 과적과 불법 선실 개조, 감독기관의 묵인, 선장과 선원의 기본적 임무 회피, 구조 책임기관의 안일한 대응 등 총체적 부실이 그 원인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분노를 느끼고 관련자들의 엄벌을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 전국적으로 사고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뿐만 아니라 병폐가 드러난 이른바 관피아, 해운비리 등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비리 사범을 처단하는 것도 재발 방지를 위해 중요하지만, 우리가 선진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 국민 모두가 법질서를 준수하고, 각자 자기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기본에 충실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생활윤리 측면에서는 도덕적 이상체인 군자를 목표로 정진해왔고, 직업윤리 측면에서도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장인 정신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근대화를 통해 서구의 제도와 기술을 받아들이고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정부 주도하에 신속한 성장과 효율성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다 보니 민관유착과 부정부패가 싹트게 되었다.

 

또한 법률은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국민 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임에도, 언제부턴가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경쟁에 뒤쳐진다는 의식이 부끄럽게도 우리 사회에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로 발돋움하여야 한다.

 

중용(中庸)에서는 “은밀한 곳보다 더 잘 보이는 곳은 없고, 미세한 일보다 더 잘 드러나는 일은 없다. 군자는 아무도 안 보고 듣지 않는 혼자 있는 곳에서 더욱 조심하고 삼가야 한다(莫見乎隱 莫見乎微 君子愼其獨也)”고 가르치고 있다.

 

남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잘못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은밀한 곳에서는 비위생적인 음식을 만들고, 각종 공사현장에 기준에 미달하는 자재를 사용하고, 위험의 가능성을 눈감아버리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잘못은 시간이 지나면 모두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선진국 국민, 또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려면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욱 조심하고 경계하는 윤리의식이 모든 구성원들에게 체득되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에서 누군가 단 한명이라도 자기 직분에 충실한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대형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회한이 든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눈앞의 이익보다는 더불어 함께 잘살기 위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스스로 떳떳하게 행동해야 한다. 이번 일이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깐깐한 선진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오광수 지검장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차장검사, 수원지검 안산지청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청주지검 검사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