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전북교육청에서 이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하여 3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려고 노력했지만, 탁상의 교육 행정가들의 뜻대로 되지 않고 매년 미달되다가 올해에는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같은 면의 초등학교에서 4명이 졸업하였는데 2명이 타지로 이사감에 따라 2명이 입학할 예정이었으나 그 2명의 학부형마저도 아이들을 시내 중학교로 보냈다. 현재 그 중학교는 1학년이 2명, 2학년이 8명, 3학년이 12명으로 전교생이 22명인데 1학년 2명은 남원 시내에서 전학한 학생이다. 인근의 덕과초등학교는 10년 전에는 전교생이 50명에 가까웠는데 지금은 삼분의 일로 감소하여 전교생이 15명이다. 또한 수지중학교는 전교생이 12명이다.
농촌 인구의 감소가 국가적인 현상이고 학생의 감소를 누구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농촌 교육의 미래는 더욱 암담해질 것이다.
학생이 많든 적든 간에 초등학교는 각 학년마다 담임선생님이 있어야 하고, 중학교는 영어, 수학 등 과목 담당 선생님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행정실을 포함하여 10명 내외의 교직원이 있기 마련이다. 1년간 학교 예산은 개략적으로 5억∼7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인건비를 제외하더라도 관리비 등의 경비가 5천만 원 정도는 된다.
필자는 통·폐합론자가 아니다. 작은 학교를 살릴 방법이 없다면 적극적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교생이 20명이든 30명이든 일정기준 이하로 줄어들어 작은 학교를 살릴 방도가 없는 초등학교나 중학교가 있다고 한다면 각 시·군에서 1개씩 시범 지역을 선정하여 ‘학습 이동권’을 인정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학습 이동권이란 현재와 같이 그 지역 학교에만 입학하거나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타 지역이나 시내의 학교를 다니겠다고 한다면 ‘이동비’를 월 30만∼50만 원씩 지급해 보자는 것이다. 1년에 방학을 제외하고 열 달을 계산하면 한 학생당 3백만∼5백만 원으로 전교생이 20∼30명 이하라면 1억 원 내외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는 해당 학교의 관리비 정도의 수준이다.
그 지역에서 사는 아이라면 누구나 학습 이동비를 받게 되므로 농촌 가계에도 보탬이 될 것이고, 자녀를 양육하는 데 있어서 학부모들의 부담도 크게 경감될 것이다. 국가로부터 매월 100만 원 정도의 이동비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출산율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도시의 귀농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농촌인구 유입정책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학교가 없어짐으로 인하여 선생님들이 남게 된다면 현재 30명 기준을 초과하는 대도시의 과밀 학급을 25명 내외로 나누어 운영한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한다면 자연 감소로 인한 폐교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선택 폭을 넓혀 줌으로 농촌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