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시민 위하는 '정치가' 필요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이 정치를 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자신의 운명이 어렸을 적에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가게 된 것을 신기하게 여기면서, 줄곧 자신에게 내가 과연 statesman이냐 아니면 politician이냐를 자문해 보곤 했다. 고백하건대 결코 statesman다운 면모를 보였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한 politician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고 다짐하고 나름대로 용을 썼다는 점만은 확실하다. 자랑스럽지는 못해도 부끄러워서는 안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내왔다.
그런 눈으로 정치계를 볼 때, 이 쪽 세계에서 떠도는 사람들 중에 소위 ‘정치가’의 범주에 든다고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정치꾼’의 차원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정치인들의 행태 중 대표적인 하나의 예가 바로 철새정치이다. 철새는 계절에 따라 따뜻한 곳을 찾아다닌다. 그것은 동물의 자연스러운 본능이겠지만, 사회의 지도자인 정치인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시민의 요구이다. 이익만 좇는 기회주의적 처신이 아니라 원칙과 소신을 추구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에 아랑곳없이 바람 부는 대로 철새가 되어 떠돈다.
철새정치는 특히 선거 때가 되면 만연한다. 이 당 저 당을 경계 없이 기웃거리다가 안온한 둥지가 발견되면 주저 없이 내려앉는다. 아무 당이나 공천만 받으면 되고 새 당의 배지를 달면 된다. 정치인에게 당은 가치관의 보루이다. 그가 출마하는 지역인 지역구는 자기를 키워주는 고향이요 뿌리이다. 그런데 성격이 전혀 다른 당으로 하루아침에 변절해서 배를 바꿔 타는 배신적 행위를 스스럼없이 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때로는 당의 결정이나 방침을 무시하고 뒷구멍으로 라이벌 당과 야합을 하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그 짓을 여러 번 되풀이 하는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미련도 없고 양심의 가책도 없다.
이런 것들이 바로 오로지 자기의 출세와 이익을 위해 정치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정치꾼의 행태이다. 정당이나 유권자가 가짜 정치인을 식별하여 가려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특히 유권자들이 그런 정치꾼을 구별하여 쫓아내는 혜안을 가지지 못할 때 정치꾼들은 활개를 치며 정치계를 활보한다.
유권자들 '정치꾼' 구별해 쫓아내야
도대체 정치를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 것인가? 그 목표설정이나 실천방법에 있어서 최소한이나마 도덕적 가치관이 서 있지 않다면 그는 아무리 화려한 겉옷을 걸치고 있어도 이미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다. 정치의 수준은 그 나라 유권자의 수준이다. 철새인지 아닌지 알지도 못하고 알아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하니 자연히 철새가 많다. 북쪽 대륙과 남쪽 해양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는 한반도의 지리적 환경 때문이라고 해 둘까?
△신기남 의원은 남원 출신이며 5선 국회의원(서울 강서구 갑)이다 . 19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의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