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의 쾌거이자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원복 교수), ‘방송대본의 콘티를 능가하는 대사와 화면구성을 가진 작품‘(소설가 이윤기), ’광범위한 문제의식과 능숙한 드라마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한국 만화사에 영원히 남을 것‘(미스터 초밥왕의 작가 데라자와 다이스케), ’우리음식문화의 길잡이‘(역사학자 이이화) 등의 찬사 또한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그만큼 ‘식객’의 미덕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한국음식에 대한 발견’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들도 몰랐던 팔도강산의 온갖 음식과 식재료, 채 알려지지 않았던 숨어있는 맛집의 발굴은 ‘식객’의 가장 빛나는 성과다.
‘식객’이 또 하나의 결실을 만들어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의 옛 피맛골 자리에 들어선 ‘식객촌’이다. 식객촌은 ‘식객’에 등장했던 맛집 중 9개가 입점해있는 이른바 테마식당가다. 이중에는 전국의 영화촬영장을 누비며 이름을 알린 전주밥차도 있다.
만화 속에 등장했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이다보니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관심은 온전히 만화 속 스토리와 음식의 맛에 닿아 있다.
식객촌이 만들어진 장소의 역사성도 흥미롭다. 피맛골은 조선시대 말을 타고 다니는 고관들을 피해 서민들이 다니던 길이다. 자연히 그 주변은 선술집이며 국밥집 등 음식점이 번창했지만 1980년대부터 시작된 도심재개발로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식객촌은 일부 남아 있던 피맛골의 거리와 함께 공간의 역사를 재현해내는 의미를 갖고 있다.
스토리의 힘을 새롭게 일깨워주는 덕분인지 몇 개월 되지 않았는데도 식객촌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변 직장인들이 주 고객이지만,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 거리는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특별한 공간이 되고 있다. 식객촌은 성공을 예단하기에 아직 때 이른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식객촌’은 스토리텔링의 시대, 문화콘텐츠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해주는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