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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십자가를 지려하지 않으니 저희라도 지어야지요!” 세월호십자가순례를 하고 있는 단원고 2학년 8반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56)씨와 누나 이아름(25)씨, 그리고 2학년 4반 김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52)씨의 탄식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출발한 이들은 전남 진도 팽목항(7월31일 예정)을 거쳐 8월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여기서 23일 동안 짊어지고 걸었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할 예정이다. 그만큼 실망이 컸다는 얘기다. 그 만큼 절망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었다는 것이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에게 기댈 수밖에 없을 만큼.
벌써 100일이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때같은 자식들이 차가운 바다 속에 수장된 지. 그렇게 자식을 묻은 가슴이 숯이 되고 눈물샘마저 말라버린 지가 하 세월인데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 참사의 원인도 오리무중이고 갈팡질팡하기만 한 구조과정의 이유도 석연찮기는 마찬가지.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특별법 제정도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차일피일 세월을 넘기고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는 처지. 그래 걷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삽자가 하나 들고 뙤약볕으로 나선 것이다. 집단살인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기만 한 정부와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을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냥 나선 것이다. 그것이라도 해야 이 답답함, 이 죄스러움, 이 분노와 절망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죄 닦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우리들 모두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지고 이 시대의 골고다 팽목항을 향해 걷고 있다. 그것이 안타깝고 고마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기도 하고 음료수나 수박을 제공하기도 한다. 힘내라며 손수 키웠다는 산양삼을 가져온 농부도 있고 부어오른 발목과 발바닥을 치료하기 위해 달려온 한의사도 있다.
모두가 박성우시인 말로 “내 걸음 보태 그대 걸음 줄여준다”는 마음이겠지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누가 그 고행의 십자가 순례걸음을 대신해줄 수 있단 말인가? 다만 곁에서 기도할 뿐이다. 그들의 참으로 소박한 소망인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를. 최소한 이것 정도는 해주어야하지 않은가? 그 엄청난 비극에 대한 속죄의 의미에서라도! 그래서 함께 외쳐본다! 응답하라 2014 세월호여!
이종민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