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민족

▲ 소재호 석정문학관장·문인
아주 오래 전에 어느 중앙지에서 읽었던 까마득한 기억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미국에 사는 우리 교포 2세 교수 한 사람이 중국 여행길에 올랐다고 했다. 중국인 안내인에게 일러 조선족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지역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안내인이 말하기를, 조선족은 참 이상하다고 했단다. 해질녘에 동네 주민들이 동청에 모여,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기다가 마지막엔 꼭 싸움질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더란다.

 

그런데 더 이상한 점은, 다음날 바로 화해하고 다시 모여 그 일을 반복하는 점이란다. 화해가 바로 가능하게 하는 이유는,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일의 즐거움이 불화가 오래 지속되도록 내벼려둘 수 없게 하는 것이란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즐겨

 

미국 교포 교수는 오히려 이 점이 한민족의 바람직한 특성이며 우리 민족이 선진 문화 민족이라고 정의하며 신문에 이를 소개했던 것이다.

 

우리 민족에게는 아득한 선조로부터 저러한 유전인자가 전속(專屬)되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고 필자는 유추해 보았다. 인문학이며 철학의 발원도 갑론을박 논쟁하는 데서 유래했을 터이고,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양은 그것이 바로 종합예술적 형태의 원초이었을 것이며, 소위 풍류며 낭만의 끼는 저러한 습속에서 잉태되지 않았을까 하는 사려에 골똘해졌다.

 

사실 우리 민족의 아득한 고대에는 제천의식이란 것이 행해지고 있었다. 하늘을 숭배하고 제사지내는 원시 종교 의식이었는데, 일종의 추수감사절인 셈이었다. 부족 전체가 한 광장에 모여, 노래하고 춤추고 술 마시며 즐겼다고 전해진다. 부여의 영고, 동예의 무천, 고구려의 동맹, 마한의 시월제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무속행사이면서, 집단 예술 행사였고, 나아가 부족의 결집과 통솔을 위한 통치 수단의 하나였다. 이때 제사장은 부족국가의 왕인 셈이며 한편 무속인인 것이었다. 일하는 것과 노는 일이 한타랑으로 혼융(混融)되었다. 우리 민속 국악이 노동요로 시발된 점에 다름 아니다. 그러고 보면 대개는 농악 속에도 주술적 기복(祈福)의 목청이 숨어 있음도 금방 간파된다. 무속행사는 성장해서 나중엔 정교한 종교가 되기도 하지만 높은 차원의 예술로도 발전한다.

 

프로이트란 사람이 말한다. 집단적 무속행위는 집단적 환상으로 몰아쳐져서 사이비 종교가 된다고. 또 마레트란 사람은, 설명항 수 없는 것에서의 경외감, 초자연적인 힘, 영적인 힘 등은 영적인 에너지로 진작되고 고차원의 문화 문명을 잉태시킨다고도 했다.

 

그렇게 이상한 민족은 그 이상한 점을 크게 성장시키고 창대하게 육성시켜 오늘의 한류열풍을 일으키는 대한민국 국민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인류학자들이 말하기를 축제의 중심에는 반드시 신이 있고, 그리고 절대로 감성의 큰 폭풍이 있다고 주장한다. 감성을 끊임없이 배양하고 길들이기의 좋은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오늘 한류 열풍 일으키는 국민 돼

 

가령 미개한 민족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할 때, 그러나 그들은 오직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 같은 풍부한 정서로 무장할 때, 그리고 그것을 공동선으로 향진한다면, 현대적 개념의 문화 문명의 대칭 거리에 있다 할지라도, 그 민족은 위대하고 거룩한 민족인 것이다. 이는 실존적 의미를 마냥 부여해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 민족은 이상한 민족이 아니라, 신비하고 감성적이며, 상징을 잘도 꾸며내는 특별한 민족인 것이다.

 

△소재호 관장은 1984년 시단에 등단했으며 완산고 교장·전북문인협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