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배짱으로 재난 매뉴얼도 마련치 않나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재난 대응 체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지만 자치단체들은 안전 불감증이 여전한 모양이다. 재난이나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습 처리 방안을 담은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전북도가 도 본청과 도내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매뉴얼 확보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행률이 85.5%에 그쳤다.

 

정부는 대형 재난재해 발생 때 신속하게 대처하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자연재난과 사회재난, 주요 상황 등 총 33개의 표준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정부 표준 매뉴얼에 따라 지역 실정에 맞는 행동 매뉴얼을 보유해야 한다.

 

이같은 매뉴얼이 296개에 이르지만 실제 수립된 매뉴얼은 253개뿐이었다. 전북도(25개)와 전주시(19개), 정읍시(21개) 등 3곳은 정부 지침에 따라 보유해야 할 행동 매뉴얼을 모두 확보했지만 나머지 시군은 불비한 상태다.

 

자치단체별로는 장수군은 72.2%(18개 중 13개), 임실군 73.7%(19개 중 14개), 부안군 75%(20개 중 15개), 무주군은 77.8%(18개 중 14개)에 그쳤다. 다중 밀집시설 대형 사고와 관련한 행동 매뉴얼의 경우 군산시와 익산시, 진안군, 무주군, 장수군, 임실군, 순창군, 고창군, 부안군 등 9곳이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장수군의 경우는 다중 밀집시설 대형사고, 전력, 정부 중요 시설(자치단체 청사), 도로 터널사고, 가스 수급에 대한 행동 매뉴얼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연히 갖춰야 할 기본적인 매뉴얼도 마련치 않은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군수 등 지도층이 재난 대응에 무관심하거나 해당 공무원들이 나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것이다.

 

매뉴얼이 있어도 매뉴얼 대로 행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우는 일이 다반사다. 또 반복 훈련을 하지 않으면 매뉴얼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다. 하물며 매뉴얼 마저 마련돼 있지 않다면 유사시 일사불란하게 대응하지 못해 혼란과 피해로 이어질 것임은 불문가지일 것이다.

 

도내 자치단체들이 재난 위기관리 매뉴얼을 아직까지 보유하지 않은 건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행동 매뉴얼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요건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보완해야 할 것이다.

 

전북도는 자치단체들이 무슨 배짱으로 재난 대응에 소홀히 하는 지 감사에 나서는 한편 해당 시·군을 강도 높게 독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