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전선의 북상예보와 간혹 들리는 비 소식으로 봐서 농작물 해갈은 어느 정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다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인 분석 결과로는 완전한 가뭄 해소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전북지역은 용담댐, 섬진강댐, 부안댐 등 수자원 시설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물 덕분에, 당장 급한 생활용수나 농업용수 등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되니 여간 다행히 아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서 나약한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최선의 방안은 미리 대비하는 것뿐이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가뭄이 올해만의 특별한 기상현상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뭄은 거의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수자원 총량은 1,297억㎥이나 되지만 이용할 수 있는 양은 333억㎥(26%)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증발(42%)되거나 바다(32%)로 흘러버린다. 연평균 강수량(1,274mm)은 세계 평균(800mm)보다 많지만, 강수량의 2/3가 여름에 집중되는 기후 특성상 귀중한 수자원 대부분이 바다로 버려진다. 댐과 같은 물그릇이 필요한 이유다. 국민 정서와 사회적 여건 등 넘어야 할 벽은 높지만, 친환경 중소규모 댐 건설 등이 여전히 매우 유효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기왕에 확보한 수자원을 지역적으로 유효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고히 하는 방안이다. 수량, 수질, 생태까지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통합수자원관리(IWRM, Integrated Water Resources Management)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IWRM은 지역적 가뭄 해결이나 용수부족 방지에 유리해서, 강수량의 지역적 편차와 변화폭이 큰 우리나라에 특히 알맞다.
수자원 확보와 아울러 이미 확보하고 있는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만큼 중요한 것이 물 절약노력이다. 우리나라는 높은 인구밀도와 강수량의 계절적 지역적 편차 등으로 효율적 물 관리가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전북의 경우 현재 생산원가 대비 84%의 가격으로 물이 공급되고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가격은 물의 가치와 유한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형성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 절수기 및 중수도설치, 물 절약 프로그램 참여와 같은 수요자들의 적극적인 물 절약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의 작지만 꾸준한 실천이 모여 위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여름가뭄이 심화되고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비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가뭄을 이겨내는 일에 마음을 열고 힘을 보태자. 자연의 변화는 도무지 종잡기 어렵고 그 변화의 위력 또한 종종 한계를 넘어서지만, 우리는 언제나 선택할 수 있고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