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골동품 가게

   
 

전주의 구도심은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더디긴 하지만 거리는 새로워지고 있고, 옛 주인들이 떠나간 자리는 새 주인을 맞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서 손님들을 맞는 가게들이 있다. 중앙동 옛 전북도청 근처에 있는 ‘태고당’도 그 중 하나다. 태고당은 옛 물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렀을법한 오래된 골동품 가게다.

 

골동품가게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은 지 이미 오래, 골동품 거래가 성했던 전주의 명성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사실 전주의 번성했던 골동품 가게들은 80년대에 들어서면서 폐업을 하거나 더러는 다른 동네로 이전해 문을 열었다.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팔고 살 물건이 급격히 줄어든 탓이었다. 물건은 나오지 않는데 가격은 예전만 못한 현실은 골동품 가게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우리의 옛 물건이 놓였던 자리에 중국의 값싼 물건이 놓이기 시작했던 것도 그즈음이었다.

 

한때 시내권에서 이주한 골동품 가게들이 완산동 용머리고개 인근에 하나둘 문을 열면서 그 일대가 골동품 거리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 자취도 희미해졌다.

 

태고당은 1983년 문을 열었다. 당시 전주에서는 운학당이나 고려당, 만물상 등 이름난 골동품가게들이 뒤를 이어 문을 닫고 있을 때였다. 역시 예전 같지 않은 골동품 경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간상인으로 일정한 공간 없이 돌아다니며 골동품을 사고팔았던 태고당 주인은 시대의 흐름과는 반대로 가게를 차린 후, 전주에서 가장 큰 골동품 가게로 번창시켰다. 부침이 심한 골동품 경기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리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길을 온전히 지켜온 덕분이었다.

 

태고당은 30여 년 동안 골동품 마니아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었다. 지금도 이 공간에는 삼국시대 토기부터 오래된 음반까지, 일상에 존재했던 모든 것이 제 가치를 알아보아주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가게 안을 채우고도 넘쳐 밖으로 나온 오래된 물건들은 여전히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오래되고 작은 것일수록, 일상 속에서 친숙한 것일수록 애잔함도 진하고 호흡도 깊다. 이 세상에 쓸모없거나 버려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이 공간은 가르쳐준다.

 

한옥마을에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정작 전주가 지켜온 가치 있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 그래서인가. 태고당의 존재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