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에겐 시민들이 전주 첫 인상
그보다도 나를 더 전주에 푹 빠지게 한 것은 바로 전주 사람들이었다. 양반 도시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금 느린 듯해 답답한 면도 있었지만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했다. 또한 음식문화가 발달해서인지 절기마다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는 공동체적 풍습들이 있었고, 단오제나 기타 지역 축제에서 자신의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한옥마을 경기전 소나무 아래 어르신들이 모여 여가를 즐기는 풍경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전주 사람들은 흥이 있었고 정이 넘쳤으며 멋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내게는 이러한 전주 문화가 멋있어 보였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전주의 힘이었다.
한옥마을의 유명세 때문인지 몇 년 전부터 지인들의 전주 방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전주 소개를 부탁한다. 그렇지만 나는 전주를 예전처럼 자신 있게 자랑하지 못한다. 그들 또한 방문에 앞서 한옥마을의 비싼 숙박료와 식사 가격 등 주변에서 들었던 바가지요금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도 할 말이 없다. 어쨌거나 그런 우려를 뒤로하고 그들이 한옥마을을 방문한다 해도 너무 많은 상점이 편중되어 한옥마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느낄 수가 없어 조금 실망했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다른 관광객들도 한옥마을에서 꼭 찾아봐야 할 것들을 찾아보지 못하고, 카페나 상점에 들러 시간을 보내다 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과연 그들이 다시 한옥마을을 찾아올까.
잠시 내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일 때문에 전주 시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일이 많다. 짐 때문에 항상 배낭을 메고 다니며 편한 복장 차림이다. 그런데 차가 없어서 택시를 타는 일이 많은데 가끔 불쾌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내 차림새와 남도 사투리 때문에 관광객으로 오해한 택시 기사님은 내가 뻔히 아는 길인데도 빙 돌아서 간다든가, 다른 손님을 태우기 위해 목적지에 못 미처 내려주기도 한다. 내가 전주 사람이라고 말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기사님도 있고, 신고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기사님도 있다. 그러나 자기가 온 길이 맞는다며 우기거나 화를 내는 기사님도 있다. 만약 외지 사람이 이런 일을 겪고 나중에 바가지요금을 낸 것을 알았다면 두 번 다시 전주를 찾고 싶을까. 설령 관광객이 끝까지 바가지요금을 낸 사실을 모른다 해도 이것은 그 기사님의 양심이며 전주의 양심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기사님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어떤 택시 기사님은 전주에 대해 설명도 잘해주시고 짐도 챙겨주시는 기사님도 있었다.
■ 자율적 자생적 주인 의식 발휘해야
전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전주 시민은 곧 전주의 얼굴이다. 택시 기사든, 음식점 주인이든, 기념품 가게 직원이든 관광객들이 만나는 모든 전주 사람들이 곧 전주에 대한 첫인상인 것이다. 시민의식 수준은 지역을 보여주는 얼굴이며 지역 문화의 척도이다. 그렇다면 전주시는 관광객 유입을 위한 외형적 환경 조성에만 총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시민의식의 함양 및 위상을 제고도 함께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시대적으로 시민의식 함양에 있어 계몽적인 강요가 아닌 시민 자율적 자생적 주인의식을 발휘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채성태 대표는 전북대에서 한국화를 전공했으며 사회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