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선진국으로 가는 길

교육 공공성 함양 위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은 국립대에 부여된 소임

▲ 김영곤 전북대 교수
세계 최고의 선진국가라고 할 수 있는 북유럽 국가들을 선망하는 이유는 자연 환경이나 노벨상, 중후하면서 세련된 건물과 같은 외형적 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잘 구축된 사회보장제도야 말로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다.

 

특히 지금 우리사회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의료와 교육제도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변화의 조짐이 있긴 해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북유럽 4개국에서는 의료와 교육이 거의 무상이다. 의료와 교육은 돈으로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는 국민적 합의 때문이다. 자국인 학생에게는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무상으로 교육 혜택을 주는 나라들이다. 물론 국민들은 최소 30%가 넘는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청렴하고 투명한 예산 집행을 신뢰하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없는 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미래 세대들에게 물려줄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도대체 어느 것 하나 국민의 의혹을 풀어줄 능력이나 결기조차 없는 정부는 아예 논외로 하더라도 ‘밤 새 안녕’이 일상이 된 롤러코스터 같은 사회를 우리 자식들에게 건네줘야 할까? 특히 최근 의료와 교육에 불어 닥친 무한경쟁과 적자생존 담론은 그 폐해가 누대에 걸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합의해야 할 화두다.

 

필자가 전북대학병원장으로 근무할 때 가장 역점을 두었던 것은 의료의 공공성이었다.

 

당시 지역주민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더라도 양질의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지역 공공의료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6년 동안 끈덕지게 교육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국비를 확보하고 전북지역암센터부터 어린이병원에 이르기까지 총 7개의 특화된 진료시설들을 다른 지역보다도 앞서 입안하고 완공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그러한 의지는 2007년 전국의료기관평가에서 전국 6위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교육의 공공성은 더욱 막중하다. 국립대학은 더욱 그렇다. 지역 거점대학은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대학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지역의 균형발전과 인재양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건립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사립대학의 등록금의 반값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더 우수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국립대학에 학생 정원을 줄이라고 압박하는 행태는 그 본말이 전도된 근시안적 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지원을 핑계로 거점대학 정원 줄이기는 가뜩이나 과밀한 수도권으로 학생들을 유인하려는 술책이라는 오해를 벗어날 수 없다. 지역 대학병원 병상을 줄여 수도권 병원으로 환자들을 유인하자는 발상만큼이나 어리석은 정책이다. 수도권이어서 의료나 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면 국가 균형발전은 요원하기만 하다. 안타깝게도 전북대학교도 향후 3년에 걸쳐 입학정원의 10%를 감축한다는 보고서를 교육부에 이미 제출한 상태다. 이제 이 지역 학생들은 국립대학의 줄어든 정원만큼 사립대학으로 진학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교육비 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며 가계 역시 그만큼 더 압박을 받을 것이다. 수도권 사립대학으로 진학시킬 경우 주거비 포함 1인당 최소 2000만원 넘게 더 부담해야 할 것이다.

 

국립대학교의 공공성은 학생 교육을 넘어 교수들의 연구와 학문의 균형 발전까지 해당된다. 국립대학교의 교육과 연구는 단기적 효율성보다 상위적 개념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하기 때문이다. 기초학문과 보호학문이 설 자리를 국립대학교까지 걷어차야 되겠는가?

 

미래사회는 문화와 산업이, 인문학과 과학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결합하고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으로 융합하기를 요구하는 사회다. 학문적 차별과 우열 가림은 미래사회 패러디임에 대한 무지의 소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의 성인 간디는 오래 전 인도사회가 버려야 할 7대 사회악에 “인격 없는 교육”을 포함시켰다. 공공 시민정신 함양을 무시한 지식전수 위주 교육에 대한 준엄한 꾸짖음이었다. 교육의 본질이 공공성 함양이라면 교육의 시행도 공공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교육에 대한 간디의 혜안은 오히려 지금 우리사회에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시대의 우리 사회가 그 당시 인도사회보다 모자라거나 낙후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시기다. 교육이 사람을 바꾼다.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전북대학교는 당연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후손들에게 더 나은 선진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이것이 국립대학교에 부여된 소임이다. 결국 공공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