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전북의 이정현'은 왜 없는가

▲ 수석논설위원
재작년 7월 이 난에 〈‘전북의 이정현’은 왜 없는가〉라는 칼럼을 썼다. 지난해 4·11총선을 8개월이나 앞두고 적지인 광주 서구 을에 출마의 뜻을 밝힌 시점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 두 자리를 모두 충청 인사로 배치하자 이정현은 “전국 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으로 발 붙이고 살 수 있나”고 홍 대표한테 직격탄을 날린 적이 있다. MB의 호남 홀대 인사를 두고도 “호남출신으로서 분노를 느낀다. 이 정부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편파인사다.”고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날렸다.

 

지역주의 타파 화신으로 떠올라

 

이런 정치발언을 예로 들며 이른바 ‘호남지킴이’를 자처한 그의 좌고우면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좋다고 썼다. 칼럼은 그러면서 “(전북의) 한나라당 사람들이 너무 무기력하다. 민주당 편향의 지역정서 탓만 한다. 스스로 고착적인 구조를 타개하려는 시도나 노력도 없다.”고 비판했다.

 

꼭 2년 뒤 이정현은 7·30재보선에서 지역주의 타파의 화신으로 떠올랐다. 전통적 야당 텃밭인 전남 곡성·순천에서 4수(修) 끝에 새누리당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승리 원인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의 진정성을 꼽겠다.

 

이정현은 전북의 정치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전북의 새누리당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면, 우리는 안돼? 집권여당인 데도 정운천을 빼고는 너무 무기력하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시킬 의지를 다질 법도 한데 무반응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사람들도 가슴이 철렁했을 것이다. ‘예산 폭탄’을 들고 적진에 들어가 지역발전에 갈증을 느끼던 민심을 공략했으니 발등에 불덩어리가 떨어진 셈이다. 낙후와 소외. 신물 나는 이걸 탈피할 갈증은 전북이 더 했으면 더 했지 못하지 않다.

 

지금 전북은 사상 유례 없는 ‘무장관 무차관’의 쓴 맛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거엔 난리가 났을 터다. DJ도 인사편중 만큼은 그냥 지나치지 않고 호령했다. 그런데 전북의 국회의원들은 화 낼 줄도 모른다. 더위 먹은 탓인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정현 같은 ‘초(初)’자가 당 대표와 대통령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는 마당에 야당이, 더구나 3선 중진의원들이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한마디 말도 못하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야성(野性)이 죽었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무감각하다. 포항 북구가 지역구인 새누리당의 이병석 의원은 최근 새만금∼포항간 동서고속도로 조기 건설을 당 지도부에 요구하고 나섰고, 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얼마전 전북구간이 포함된 제2서해안 고속도로 계획을 정부 안으로 채택시켰다. 모두들 자기 지역의 현안들에 대해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국회의원들은 무관심이다.

 

민심은 엄중하다. 도도한 물결처럼 끊임 없이 흐르고 변한다. 7·30 재보선은 무기력한 야당, 안이한 새정치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거물급 중진도 여럿 날려버렸다. 특히 지역주의에 기대어 대충 일했다간 국물도 없다는 교훈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전북에도 진정성 있는 정치인 있어야

 

이정현은 국회 의원회관과 지역구 사무실에 ‘호남예산 지원 전초기지’라는 팻말을 붙이고 일하겠다고 했다. ‘호남예산 지킴이’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일하고 싶어 미치겠다”는 이정현 같은 진정성 있는 정치인 몇명만 있더라도 전북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20개월 후면 총선이다. 지금처럼 안일하게 정치 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선 도내 단체장 절반을 무소속이 차지했다. 국회의원을 겨냥한 심판 성격도 담겨 있을 터다. 자세를 낮추고 치열하게 그리고 진정성 있게 일하지 않으면 민심은 언제든 내친다는 걸 꼭 기억할 일이다. 누가?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