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신이란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신하를 의미한다.
이기면 공신이요, 지면 역적으로 몰리는 시대가 있었고 역적의 처첩은 몰수되어 공신에게 상으로 분배되기도 했다.
요즘에 공신이라는 단어는 어떤 일의 성취에 크게 기여한 사람을 일컫는다. 민선자치시대에 접어 들면서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당선을 위해 공을 세운 소위 공신들이 사람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공신들에 상을 내리는 옛날과 같이 일부 단체장은 취임 후 선거 때 공을 세운 공신에 대해 생계유지 차원에서 관직을 슬그머니 부여, 공을 갚은 관행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다.
또한 한정된 관직을 차지하지 못하거나 할 수 없는 공신들은 ‘측근’이라는 이름으로 관가 주변에서 인허가나 공사 등 각종 이권에 기웃거리며 행세를 하고 있다.
특히 일부 단체장은 공신들의 이같이 좋지 못한 행세에 대해 슬그머니 눈을 감는 행태가 그동안 도내 여러 지자체에서 감지돼 왔다.
자고(自古)로 공성신퇴(功成身退)라 했다. 공을 세웠으면 몸은 빠지라는 이야기다.
한나라 유방이 서초패왕 항우를 물리친 뒤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그는 신하들에게 자신이 항우를 이기고 승리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나는 초왕 항우와 비교해 나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전쟁에 나가서 싸우기만 하면 승리로 이끄는 한신(韓信)이란 장군이 있었다.
또한 지혜와 책략으로 완벽한 조언을 하고 작전을 세우는 정책 전문가 장량(張良)이 있었고 후방의 민심을 안정시키고 적시에 보급물자를 조달하는 소하(蕭荷) 같은 내정의 전문가가 있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손에 넣은 이유다.”
이들 3명은 한나라 개국의 일등 공신이지만 성공을 누린 방법은 전혀 달랐다. 장량은 아무런 공(功)을 주장하지 않고 스스로 모든 자리를 사양하고 낙향해 천수를 누렸다.
그러나 한신과 소하는 자신들의 공을 주장하고 함께 공을 누리려다가 끝내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한신은 자신이 불행하게 잡혀가면서 ‘토끼를 잡으니 그 토끼를 잡는 데 사용한 사냥개를 잡아 먹는구나’라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충고한다.
‘위대한 사람은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는 성공을 이루고도 그 성공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진정 그 성공에서 멀어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이룬 공을 자랑하고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노자는 ‘공을 이뤘으면 몸은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공성신퇴’의 정신을 강조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당선인들이 취임한 지 1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소위 공신들이 자리 다툼을 하고 있다는 잡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공은 자랑할 때 그 공은 사라진다.
한나라 개국 공신들의 불행한 역사에서 알수 있듯이 공을 앞세워 무엇인가 챙기려면 불행이 닥친다.
물은 모든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그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자신과 이미 취임한 단체장들을 위해 공신으로 자처하는 자들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