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자에서는 피가 난다
아물지 않는 무더위
재채기가 터지자
기도에 번식한 아카시나무
아직도 건조한 추억 근처를 맴돌고 있다
기름 한 입 가득 머금고
천만 번 잠을 헹궈도
손에는 늘 까만 강이 버스럭거릴 뿐
송곳니가 나를 낚는 꿈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얼마나 또 꽃이 지면
오래 아낀 일기장
통째로 열명길에 암장할 수 있을까
내 피 묻은 활자는 여전히
어둠 저 쪽으로 홀씨를 날리고 있는데
△오용기 시인은 2002년 〈문예연구〉로 등단. 해성고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