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 희망 찾기] 혁신학교 톺아보기 (4)전북형 시행착오 사례

수평적 학교문화·공감대 형성 부족 / 과중한 업무에 경험 교사 기피 현상 / 컨트롤타워·평가 시스템 개선 필요

재선에 성공한 김승환 교육감은 전북형 혁신학교를 정착시키기 위해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의 혁신으로’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김승환 교육감은 “혁신학교는 공교육 정상화를 이끌 마중물”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렇다면 전북형 혁신학교가 황폐해진 일반학교의 혁신까지 유도해낼 수 있을까. 전북형 혁신학교의 성공과 한계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에서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사람의 문제

 

‘혁신학교의 성패는 학교장의 마인드에 따라 달렸다’는 게 전북형 혁신학교를 바라보는 교육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무엇보다 민주적 학교 문화를 우선하는 혁신학교의 특성상 과거 수직적 학교 문화에 익숙한 교장들에겐 낯설고 때로는 불편한 것일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지난 1월 전북교육청과 혁신학교운영위가 전북 제1기 혁신학교 종합평가에 나선 결과 진통 끝에 재지정된 A학교는 교장의 교체에 따른 혁신학교에 대한 공감대 부족 등을 문제로 안고 있었으며, B학교는 교장의 오랜 병가로 인한 민주적 운영의 한계 등을 보였다.

 

A학교의 전임 교장은 “소외계층 가정이 많아 학교생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혁신학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은 쉽지 않았다”며 “모든 학교 운영이 그렇겠지만 특히 혁신학교의 경우 각 학교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학교장의 민주적 마인드가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연착륙에 실패했거나 한계를 보이는 일부 혁신학교의 경우 여전히 교장의 지시가 우선되는 학교 문화가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서는 혁신학교의 성패가 교장에 의해 좌우되는 위험 부담을 줄이고 혁신학교가 제대로 착근될 수 있도록 중장기 계획안을 마련하고 관련 교원 인사까지 관리 가능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안에서도 혁신학교 전담 부서와 다른 부서 정책 사이의 충돌을 해결해줄 조직이 필요하다’거나 ‘전북혁신학교학부모협의회 활동에 의존한 나머지 지역사회가 참여 가능한 중간 지원조직이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은 여기서 비롯된다.

 

△상당수 교사들 업무 과중 호소

 

“혁신학교는 내 아이는 보내고 싶어도, 내가 근무하고 싶지는 않은 학교다.”

 

전북형 혁신학교에 근무하는 적지 않은 교사들이 전한 솔직한 이야기다. 이는 인센티브 없이도 수업 혁신 등 학교 문화를 바꾸려는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논란 끝에 재지정된 C학교 역시 업무 과중에 따른 피로감과 혁신학교 연착륙의 한계로 경험교사들이 빠져나가고 신규 교사들이 유입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운영에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혁신학교 성과와 한계를 다룬 토론회에서 이항근 군산남고 교장은 “혁신학교가 초반 구성원의 자발적 운동 차원이었다면 점점 정책화 되면서 교사들 사이에서 꼭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 것 같다”면서 “또한 민주적 학교 운영을 위한 협의가 많아지면서 업무가 과중되는 경향이 짙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업무량이 줄지 않는 혁신학교의 특성을 아는 경험 교사들의 혁신학교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일각에서는 ‘혁신학교가 모든 학교의 혁신을 견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산지역에서 혁신학교에 근무했던 한 교사는 “에너지가 고갈된 혁신학교 교사가 다른 교사들을 참여시킬 열정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기존 혁신학교의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수업과 평가의 부조화도 문제

 

“혁신학교의 성과는 교과 성적에 주목하는 기존의 낡은 학력만으로 측정할 수 없다. 자기주도 문제해결력 같은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달 23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혁신학교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천보선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혁신학교의 학력을 두고 대학입시 성적이나 기초학력 미달 비율 등을 일반학교와 비교하며 논란이 지난해부터 지속돼왔다”며 “교과 성적만으로 비교하게 되면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모든 학생의 적성·재능·특기 발달’이라는 성과를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입 성적의 차이는 학생 선발 효과에 따른 것이며 성적 향상도의 차이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지난 지방선거 기간 김승환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비롯해 일반학교의 평가기준이 참학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전북교육정책연구소는 ‘2013년 혁신학교의 학교효과성 분석’연구를 통해 “혁신학교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문제해결력, 협력적 교우관계 등 미래 핵심 역량이라는 지표로 평가했으며, 그 결과 농산어촌과 도시에서 모두 혁신학교의 학교효과가 높게 나타났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혁신학교 관련 토론회에서 나영성 소양서초 교장은 “현장에서는 미래 핵심 역량 평가 강화를 위한 수업과 평가 사이에서 부조화가 있다”면서 기존의 경쟁 위주 학력관과 평가도구는 여전하다는 점에서 평가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