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 마음은 착잡하다. 한 두 번도 아니고 너무 자주 터지는 군대 내 구타 사망사건, 총기 난사 사건 등은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 마음을 짓누르고 타들어가게 한다. 요즘같은 현실 속에서 ‘군대 보내고 싶지 않다’ ‘군대 간 아들 데려오고 싶다’고 울부짖는 부모 하소연을 누가 탓할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정전 상황 속에서 우리는 징병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성인이 된 남자는 군 복무의 의무를 지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우리 국민은 군 복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남자라면 반드시 다녀와야 할 곳으로 당연시하고 있다. 신성한 군 복무에 임하는 아들들을 두고 누가 부모 마음을 쪼그라들게 만드는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윤일병은 비교적 군사 교육훈련 강도가 미약한 의무대에 배치됐다. 그러나 윤일병은 ‘악마의 구타’가 대물림 되는 지옥의 담장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의무대 배치 후 선임병들의 끈질긴 구타에 시달렸고, 자신이 토해낸 오물을 강제로 먹이는 등 치떨리는 악마의 구타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희생됐다. 군 검찰은 조사 후 악마의 구타를 숨긴 채 상해치사죄로 기소했지만, 분노한 국민들은 살인죄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군은 사병들 사이에 벌어지는 구타 사건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소대장, 중대장 등 간부들은 사병들의 얼차려, 군기잡기 구타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 사병들 사이의 ‘쫄병 길들이기’가 잘 돼야 부대가 잘 돌아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위계질서가 잘 잡혀야 조직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간부들의 이기적인 타성이 있다.
이런 조직은 결국 경쟁력을 잃기 마련이다. 쫄병 기죽이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군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며 몇가지 잘못을 저질렀다. 본질을 숨기고 책임을 면하고자 했다. 군 수뇌부가 진실로 ‘싸우면 꼭 승리하는 강병’을 원한다면, 사병을 진실로 사랑하는 간부 리더십을 길러야 한다. 끊임없는 간부 소양교육을 통해 ‘모든 간부의 덕장화’를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