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전문가의 덕목

진정한 전문가 되려면 한 분야 오랫동안 종사, 따뜻한 휴머니즘 추구, 다양한 분야 통섭해야

▲ 오광수 대구지검장
산업화 이전에는 수십 가지에 불과하였던 직업의 종류가 철저한 분업화를 거쳐 현재에는 2만 가지가 넘는다고 하니,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현대사회에서 전문성은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전문화 추세는 대표적 전문가 집단으로 알려진 법조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년 내 법률시장의 완전 개방으로 외국의 대형 로펌과 본격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로펌은 물론이고 매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는 일반 변호사 업계도 자신만의 전문 분야를 탄탄히 구축하지 않는 한 생존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법원은 전문법관제도 도입 등을 통해 판사들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으며, 검찰도 지난해부터 검사들에게 수사경험을 살려 각자의 관심분야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검사 전문화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간의 성과에 따라 21명에게 해양, 식품, 조세, 증권, 공정거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검사 자격을 부여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검사들이 전문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분야별 연구 커뮤니티를 만들어 외부 전문가 초청 세미나, 수사사례 연구를 하면서 수사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는 등 전문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 필요한 전문가는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우선,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년 전 말콤 글래드웰이 주장한 ‘1만 시간의 법칙’이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데, 그 요지는 특정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하루 3시간씩 약 10년 동안 1만 시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원래 한자로 ‘전문(專門)’의 ‘전(專)’은 사람이 손(寸)으로 물레를 계속 돌리는 것을 형상화한 글자로 ‘손으로 물레를 계속 돌린다’는 뜻이 합해져 ‘오로지’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니, 결국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며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진리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넘어서 다양한 분야를 엮어 나갈 수 있는 통섭(統攝, Conc ilience)의 지혜가 필요하다.

 

‘통섭’이란 하버드대의 진화생물학자인 윌슨이 제시한 개념으로 학문 간의 자유로운 넘나듦이나 소통을 의미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범학문적 연구, 지식의 통합이 강조되는 현대사회의 전문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건이다.

 

전통산업인 자동차 개발에 첨단산업인 IT기술을 접목하여 최첨단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과 같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인접 분야의 다양한 지식, 경험과 융합시켜 새로운 가치나 영역을 개척하는 창의성있는 인재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전문가에게는 반드시 인간중심의 휴머니즘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

 

가슴 따뜻한 휴머니즘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갖고 있는 모든 기술과 지식은 우리 사회를 이롭게 하기 위한 방향으로 활용되어야한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 신화는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통해 다른 기업이 제공할 수 없는 가치를 제품에 담았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자원은 바로 사람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미래는 꾸준한 노력으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쌓고, 이를 활용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가슴이 따뜻한 인재를 발굴하는데 달려 있다.

 

부단한 노력으로 전문지식을 축적하고 인접학문과의 통섭의 지혜를 겸비하고 있으며, 가슴 따뜻한 전문가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