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은 광활한 중국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오아시스 도시로 1,500년 전 서역으로 가는 관문이었다.
‘돈황(敦煌, Dunhuang)’의 ‘돈(敦)’은 ‘크다(大也)’, ‘황(煌)’은 ‘성대(盛也)하다’는 뜻으로, ‘엄청 나게 크고 휘황찬란’한 도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옛 도시 ‘돈황’에 도대체 무엇이 있었기에 그리 대단하고 휘황찬란했었을까? 환지구적 문명 교류의 통로요 실크로드의 전략적 요지인 돈황의 보물은 바로 세계 최대의 불교 보고 ‘막고굴(莫高窟)’의 벽화와 미스터리 가득한 두루마리 필사본들이다.
미스터리가 가득한 ’돈황 필사본’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소위 막고굴 제17굴 장경동(藏經洞)에서 대량으로 발굴되었다. 전 세계 중국학 연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미스터리 필사본들은 발견 후 정리되는 과정에서 ‘돈황 문서(敦煌文書)’로 불렸으며, 이로부터 ‘돈황학(敦煌學)’이 탄생하게 된다.
돈황에서 우연히 발견된 문서들은 이후 고대 중국의 역사, 음악, 미술, 체육, 음식 등 각 분야에서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수많은 의문들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열쇠가 되었으며, 중국문학사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돈황 문서는 한국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신라의 구도승(求道僧) 혜초(慧超)가 지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의 필사본이 돈황 문서더미에서 발견되었으며, 최근에는 원효 스님이 저술한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의 8-10세기 필사본이 발굴 공개되어 고대 한국과의 연관성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돈황 고문서 중 한국 고대 문학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은 판소리(板聲,Pan-So-Ri)처럼 운문과 산문을 엇섞어 사용하고 있는 ‘변문(變文)’이다.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2014년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이 책은 중국문학사에서 운-산문 서사 방식의 최초 사례를 보여주는 변문(變文)이 중국 소설사와 희곡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한국의 불교계 강창문학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필자의 논문을 2부는 해외논문 번역을 싣고 있다.
1부에서 필자는 한·중 양국의 불교계 강창문학을 연행·연극을 위하여 성립된 극본적 문학이며, 강설·낭독보다는 강창·설창이 우선되는 대본문학으로 보고 논술하였다. 또 중국문학사를 한족(漢族)이 주체가 되는 ‘엘리트 문화 전통’에서 탈피하여 ‘민간문학’의 관점에서 여러 문학사적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고자 하였다. 특히 동아시아 소설 전통 속에 감추어져 있는 민중 구비창작의 고대적 형식들과 그 미적 가치를 추적하였다.
2부에서는 돈황문학 연구에 있어 미국, 일본, 중국을 대표하는 학자인 펜실베니아대학의 Victor H. Mair, 교토대학의 김문경(金文京) 교수 그리고 중국 온주대학의 왕소순(王小盾) 교수 3인을 논문을 번역 삽입하여 전 세계 돈황문학 연구의 성과를 소개하였다.
현재 한국중국희곡학회 회장과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는 필자는 올해 안에 세계 최초로 ‘돈황변문집’ 완역본을 펴내기 위해 마지막 교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중국과 관련된 전북문화유산 조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판소리형 전세계 공연예술을 찾아나서는 ‘판소리로드’ 해외 답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우석대 유통통상학부 전홍철 교수는 주로 돈황학과 중국문화에 대한 글을 쓰고 있으며, 주요 저서와 역서로는 <돈황 강창문학의 이해> (소명), <돈황과 동아시아문학> (신성) , <중국통을 향해 걷다> (차이나하우스), <돈황문학사전> (소명), <당대 변문(唐代 變文)> (소명) 등이 있다. 당대> 돈황문학사전> 중국통을> 돈황과> 돈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