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김제의 농촌교육 농장에 가면 붓으로 암술에 꽃가루를 붙여 줄 수도 있고, 장수에서는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슬로우푸드를 비교하며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배울 수도 있다.
농촌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엔 드넓은 논과 밭을 떠올리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이젠 누구나 찾아와 맘껏 뛰놀며 다양한 농촌의 생활과 문화를 오롯이 배우고 가는 산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농업인이 땅에서 작물을 수확하듯 도시인들은 요즘 농촌 곳곳의 보물 같은 교육농장들을 찾아다니며 수확의 기쁨을 얻는다.
이런 배경에는 창의인성교육의 영향이 크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서 느낄 수 없었던 맑은 공기와 자연 환경은 자유와 어울림을 배우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농촌진흥청과 교육부는 농업과 농촌의 교육적 가치를 자원으로 활용하고자 2012년에 초등학생, 2014년에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농촌진흥청은 2006년부터 올해까지 교과 과정과 연계한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농촌교육농장 550여 개를 육성했다. 볍씨에서 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알려주는 군산 가나안 농장, 방목하는 흑염소와 한우 등과 어울릴 수 있는 남원 소풍교육농장 등 농촌의 아름다운 별자리와 천연염색 등 전통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54개의 농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농장 주인은 생업을 하던 농업인에서 자연의 신비와 과학, 역사를 가르치는 ‘농부 선생님’이 된다. 농업인과 아이들 모두 새로운 경험을 하는 시간이다. 자유롭게 뛰어 놀며 어울림과 배려를 배운다. 자기 주도적 학습인 셈이다. 이렇게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농업인에게는 자긍심과 보람을 갖게 한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작은 노력이 모여 농업과 농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역시 좋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 조사 결과, 농촌 관광을 다녀온 적이 있다는 응답이 2009년 18.5%에서2011년 23.4%로 늘었다. ‘농사짓는 곳’으로만 여기던 농촌을 이젠 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데 농촌교육농장도 큰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최근 안전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전한 체험 학습 공간을 만드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부터 농촌교육농장 품질인증제 시범 운영으로 48개 농장을 선정했으며, 올해에는 보험과 응급처지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 관리를 강화해 총 70개 농장을 선정할 계획이다.
도시의 아이들이 생기 넘치는 농촌으로 뛰어든다는 건 여러 면에서 좋은 현상이다.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들을 농장에 적용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할 때다. 더불어 전북 곳곳에 숨겨진 보석 같은 교육 농장을 찾아내 꿈과 희망의 터로 만들 계획이다.
이번 휴가에는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도 만들고 농촌이라는 큰 보물창고를 선물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