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피땀 흘려 기른 농작물을 망치는 야생동물을 포획하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 야생동물 구제 활동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전북수렵관리협회 정영국(54) 회장은 엽총과 공기총으로 유해 야생동물들을 겨눌 때 마다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멧돼지와 고라니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먹이를 찾아 민가로 내려온 동물들의 고달픔도 이해되서다.
하지만 그는 총을 내려놓을 수 없다. 갈수록 야생동물로 인한 농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
“공식 수렵기간인 겨울철을 빼놓고는 유해 야생동물 포획 활동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년 수백여마리의 유해 야생동물을 포획·구제하고 있습니다.”
전북수렵관리협회는 이런 포획 활동을 비롯해 수렵인 소양·안전교육, 밀렵감시, 대민 봉사 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밀렵감시단 운영을 통해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수렵하는 행위를 근절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협회가 설립된 지난 2007년 당시만 해도 수렵 동호인들의 친목 모임 성격이 강했지만, 점차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것.
“애써 기른 농작물을 야생동물들이 헤짚고 다녀 농사를 망치는 경우를 계속 보다보니 여가생활로만 수렵을 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촌지역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폭넓은 활동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유해 야생동물로 인한 농가 피해를 막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도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육식동물 등 포식자의 개체수 감소 등으로 야생동물이 민가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 그래서 쉴 틈 없이 일이 많아졌지만, 매번 이 일이 즐겁지만은 않다. 동물들의 애처로운 눈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농가까지 내려와서 먹을 것을 찾겠습니까. 깊고 깊은 산골짜기까지 개발되면서 야생동물들의 생존이 경각에 달려 있습니다.”
그는 파괴된 생태계와 훼손된 먹이사슬로 인해 앞으로도 야생동물의 농가 침입이 극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포획에 앞서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야생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