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른들이 말씀하시길, 절기가 바뀌는 것은 ‘비’가 알려준다고 했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비가 내리면 새싹을 틔우기 위한 ‘봄비’이고, 봄에 핀 나무의 새순들이 커지기 시작해 무성한 잎으로 키우려면 더 많은 물기가 필요한데, 이때 때마침 자주 내려주는 비가 ‘여름비’다. 비가 줄기차게 쏟아져도 더운 기세가 누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에 내리는 비로 인해 서늘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가을을 알리는 ‘가을비’인 것이다. 그리고 또 가을이 갈 때 즈음이면 한해를 정리하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한다는 것을 예고라도 하는 듯 ‘겨울비’가 내린다. 날씨가 항상 절기를 알아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절기는 제대로 의식한 듯 하다. 아직 여름이라는 계절의 시계는 달력상으로 보름이 넘게 남았지만, 입추를 넘기고 내리는 이번비는 가을을 재촉하는 ‘가을비’ 임이 분명해 보인다. 비로 인해 대지가 촉촉히 젖으면서 여름동안 달궈진 열기를 식히며 가을을 노래하겠다.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