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산내면·인월면 등 지리산 일대 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지리산댐(문정댐) 건설 문제가 다시 불거져 지역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지리산댐 논란은 정부가 사업 재추진 의지를 보인 가운데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경남·부산지역 식수 공급 기능을 포함한 다목적댐으로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증폭됐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홍수조절용 댐 건설 방침과는 다른 입장이어서 논란거리를 보탠 셈이다.
지리산댐은 국가 수자원 개발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거론돼 오다 지난 2007년 댐 건설 장기계획에 반영되면서 구체화됐다. 이어 2009년에는 기획재정부와 KDI(한국개발연구원)의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됐지만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좌초됐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12년 12월 국토교통부가 마련한 댐 건설 장기계획(2012∼2021년)에 14개 댐 건설 후보지 중 하나로 포함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국토교통부는 또 지난해 5월 사업계획을 변경해 지리산댐을 ‘홍수조절 전용댐’으로 조성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평상시에는 물을 담지 않고 홍수가 났을 때에만 일시 저류한 후 다시 비워두는 방식이다. 이는 명승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댐 예정지 상류 용유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댐 사전검토협의회’를 잇따라 열고 지리산댐 추진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댐 건설 예정지는 지리산 칠선계곡과 백무동·뱀사골의 물이 합수돼 흐르는 경남 함양군 휴천면 문정리 지역으로 남원시 산내면 인근이다.
정부가 애초 계획한 지리산댐의 규모는 길이 896m, 높이 141m, 담수면적 4.6㎢, 총 저수량 1억7000만톤으로 사업비는 9897억원이다. 이후 정부는 애초 계획한 댐의 규모를 줄여(저수량 6700만톤) 홍수조절용 댐으로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서부 경남지역을 비롯, 댐 예정지 상류인 남원 산내·인월면 주민들과 환경단체 및 지방의회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에 댐이 건설되면 자연환경 및 경관 파괴와 생활터전 수몰, 기후변화, 유·무형 문화재 피해 등으로 인해 미래 세대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남원시의회는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댐 인접지역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피해와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에 의한 재산권 침해, 문화유산 수몰 등이 예상되는 지리산댐 건설 계획을 즉각 최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전북도의회 이상현 부의장은 지난달 31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애초 다목적용으로 지리산댐 건설이 불가피하다던 정부가 홍수방지 전용댐으로 계획을 바꿨다”면서 “이는 지리산 다목적댐 계획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점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와 남원시가 자치단체 차원에서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댐 건설 계획 백지화를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남원시는 최근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두 차례 공문을 보내 댐 건설 반대 의견을 전하면서 사업 재검토를 건의했다고 18일 밝혔다. 남원시는 또 ‘댐 사전검토협의회’ 지역위원 인선 과정에서 남원시 추천 인사가 포함돼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댐 사전검토 과정에서 직·간접 피해지역인 남원 시민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는 취지다.
지리산댐 문제는 또 부산·경남지역의 해묵은 ‘물 갈등’과도 연계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지리산댐을 홍수조절용이라고 밝혔지만 경남지역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사실상 부산지역 식수공급용이라며 댐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해당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의 여론을 수렴, 지역 합의를 이끌어낸 후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지역주민 여론수렴 결과가 사업 추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