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이라도 관람료를 받아야 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다” VS “공연의 유료화가 행정의 성과주의로 흐를 수 있다”
전북문화저널 주최 마당 수요포럼이 지난 20일 저녁 전주한옥마을 ‘봄‘에서 가진 제138회 포럼 ‘관립예술단의 공연 유료화 전환’을 놓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신중론이 맞섰다. 이날 포럼은 전국적으로 관립 예술단체의 유료 공연화 추세와 맞물려 전북 관립단체의 맏형격인 전북도립국악원이 유료 공연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면서 지역문화계의 관심사가 되면서다.
도립국악원 공연 유료화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패널은 심인택 우석대 교수(국악과). 심 교수는 관객 입장에서도 공짜로 공연을 보는 것보다 돈을 주고 공연을 봐야 덜 미안하고 관람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국악원 역시 공연 기획단계부터 신경을 쓰게 되고 단원들이 긴장감을 갖게 됨으로써 공연의 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양곤 도립국악원 노조지부장은 신중론을 폈다. 공연 유료화에 따라 관립 예술단체의 공공성을 해칠 우려가 많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시대와 사회의 요구를 거슬리지 않으면서 국악원의 방향성과 연계해서 정기공연에 한해 유료화를 고려해봄직 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공연 유료화에 따른 수입 부문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공연 유료화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았다. 심인택 교수는 관람료를 공연의 질 향상이나 단원 복지 증진 등에 재투자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관람료를 내고 공연을 보게 하는 것만으로 족하며, 1000원이든 2000원이든 관람료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란다. 관람료를 공연에 재투자할 경우 자칫 성과주의로 흐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 공연 수입의 재투자에 역점을 둔 서울·경기 등 다른 지역 관립 예술단체들의 실패를 거울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포럼 사회를 맡은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유료화를 할 경우 관람료를 많이 받으면 청중이 떨어질 것이고, 적게 받으면 효과 가 떨어질 것으로 정리했다. 또 현 국악원 체계에서 공연으로 수입이 생기더라도 전북도 회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재투자 자체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무료 공연만이 능사가 아닌 상황에서 작품향상과 단원들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 유료화를 시행하려면 현재의 공연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데 대해 패널 모두 공감했다. 현재 연간 150회에 이르는 연주회가 공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을 두고서다. 현재 국악원 예술단별로 연간 1회 정기연주회를 유료화 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정기연주회 혹은 기획 공연을 늘려 예술단별 레퍼토리로 삼아야 국악원의 위상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무료 공연으로 이루어지는 도립국악원 공연을 관람하는 일부 청중들 중에서 이날 공연이 창극인지, 관현악인지, 무용인지도 모른 채 입장해 “왜 저런 공연을 하느냐”는 경우도 보았다고 심 교수가 소개했다.
공연 유료화로 인한 행정의 관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량적 지표를 갖고 추진하는 유료화가 성과를 내기 위한 방편이 될 경우 국악원의 공공성을 해칠 수 있으며, 특히 민간위탁이나 법인화의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고 고양곤 지부장은 주장했다.
김명성 KBS보도국장과 송영국 백제예술대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도립국악원의 유료화에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외부의 압력으로가 아닌, 내부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현 교수는 “도립국악원 공연 유료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그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관립단체와 민간단체의 역할 분담도 고려해야 하고, 국악원의 전반적인 방향과도 연결되어 있는 만큼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도립국악원 공연 유료화 계획과 관련, 윤석종 원장은 “타 시도의 상황들을 자료로 수집하고 있으나 기초적 자료수집 단계에 있으며, 공연유료화 시행 여부나 시행 시기·시행 방법 등은 각계의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