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학생문학상 장원 이제인양 '우리가 꿈꾸는 나라'

세월호·동학혁명 연계 이 시대 아픔 담아

“우리도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는 선내 방송을 듣고 절대 움직이지 않았거든요. 어른들 말만 들으면 구조될 줄 굳게 믿었어요. 배가 뒤집히기 전에 해경 경비함과 헬기도 봐서 구조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가면서 그 믿음은 희박해졌어요. 차츰 줄어들던 공기처럼 말이에요.”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지? 나도 가슴에 총알을 맞고 죽어갈 땐 무척 아팠단다. 마침 저기 있구나.”

 

증조할아버지가 한곳을 가리켰다. 증조할아버지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증조할아버지의 손엔 죽창이 꼭 쥐어져있었다. 얼마쯤 달리던 사람들이 기관총을 맞고 쓰러졌다. 그 속에 증조할아버지도 있었다. 한손으로 피가 솟는 가슴을 누른 증조할아버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도 죽창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나라가 백성 무서운 줄 알았더라면 내가 저렇게 죽진 않았을 거다. 너도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죽지 않았을 거고.” (혼불학생문학상 대상 수상작 ‘우리가 꿈꾸는 나라’ 중에서)

 

제4회 혼불학생문학상 장원에 전주상업정보고 이제인 학생(1년)의 ‘우리가 꿈꾸는 나라’가 선정됐다. 세월호 사건에 동학농민혁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혁명의 전개과정과 사상을 소개하고, 이 시대의 아픔까지 담은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대상 수상자인 이제인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세상을 바로 잡으려다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 때문에 세상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면서, “2014년 갑오년에도 세월호 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억울하게 목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올해 혼불학생문학상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도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작품을 모집, 총 37개 학교에서 1133명의 학생이 응모했다. 부안고 김성준(2년)의 ‘반발’과 전일고양영빈(2년) ‘생존’이 차상을, 군산고 강건해(3년)의 ‘끝나지 않은 싸움’과 전북여고 안지민(1년)의 ‘아버지’, 동암고 이동호(3년)‘별의 다리’, 전주여고 차지민(3년)의 ‘녹두몽’, 부안고 최해찬(2년)의 ‘풀꽃 반지>’ 차하를 수상하는 등 총 42명의 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교사상은 김동규(전주여고), 노애란(부안고), 정민섭(전북여고) 교사가 수상했다.

 

대상과 차상 수상자에게 전북도교육감상과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이 수여되는 등 모두 1000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된다.

 

심사는 박태건·문병학·문신·김전경 시인과 김선경·서철원·이병천 소설가, 박예분 아동문학가, 최기우 극작가 등 16명의 문학인들이 맡았다.

 

이병천 심사위원장은 “올해는 단편소설·희곡·시나리오 등 문학작품의 체계를 갖춘 작품들이 많이 출품됐으며, 오랜 시간의 공력이 들어간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면서 “고등학생들이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혼불학생문학상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문화방송이 주최하고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주관한 혼불학생문학상은 <혼불> 의 작가 최명희 선생의 문학정신을 함양시키기 위해 도내 고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모전. 그동안 ‘새만금’과 ‘전라도 사투리’, ‘전라북도 사랑이야기’등 매년 전북도 문화콘텐츠 중 하나를 주제로 선택해 진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