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 정종구 박사가 펴낸 〈눈으로 듣는 음악〉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수학을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수학 정리를 증명할 때 음악 이론을 생각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는 그렇지 않았다. 음악은 뮤즈 여신들이 관장하는 모든 예술과 과학을 가리켰다. 철학이 과학을 함의하던 고대 그리스에서 수학과 음악은 동일 학문이었다. 협화음과 불협화음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각 음정이 수학적으로 협화음을 이루기 위해서다.”

 

고분자 물리학자인 정종구 박사(66)가 음악과 과학의 관계를 깊이있게 조명한 <눈으로 듣는 음악> 을 펴냈다(나눔사). 저자 스스로 어려서부터 음악을 접하며 직접 무대에 설 만큼 수준급 실력을 갖춘 음악적 소양을 바탕으로 접근한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음악물리학’이라고 칭했다.

 

피타고라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제누스, 유클리드, 갈릴레오, 데카르트, 케플러, 니체, 헤겔, 쇼펜하우어, 다윈, 에디슨, 아인쉬타인 등 서양의 과학과 철학사에서 획을 긋는 이론과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또 신라와 고려, 조선에 이어지는 악보의 역사, 세종대왕과 세조의 놀라운 절대음감, 조선의 예와 악 등 한국 음악에 담긴 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또 바흐·헨델·베토벤·모차르트·하이든·멘델스존 등의 음악세계와 과학·철학자들의 관계 등을 씨줄날줄로 엮었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베토벤은 더욱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 머리로 작곡한다. 베토벤에겐 생물학적 청각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는 머리와 가슴 속에 존재하는 음의 세계로 돌아갔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연주를 눈으로 들으며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음악이 청각적 요소로 그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한 것이다. 저자는 또 청중에게 전달하려는 모든 감정을 연주자 자신이 느끼고 그 감정을 표현해냄으로써 청중이 동일한 분위기에 감싸이도록 자극을 주는 감정이입을 강조했다.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음악가와 과학자들은 통찰력과 창조성, 철학, 감성과 예술적 탤런드를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은 탁월한 직관으로 지각을 응축하고 심화시키며, 음악이나 과학적 현상에 감정이입이 가능한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