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내부 인력을 육성하고, 스타 감독을 배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올부터 새롭게 시도한 디지털 삼인삼색의 장편화로 지속적인 제작·배급을 통해 전주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같은 의견은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9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연 ‘전주국제영화제 중장기 발전 방안을 위한 포럼’에서 제기됐다. 이날 포럼은 이상용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원도연 원광대 교수,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박혜숙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 황우현 튜브온 대표, 박정범 영화 감독, 정지연 영화평론가,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15회를 맞았던 전주영화제가 대표 작품이나 감독을 발굴하지 못한데에 공감하고 고질적인 인력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원도연 교수는 최근 4년간 관객수와 매진율 등에서 안정적인 성적인 보인 올 전주영화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주국제영화제 15년의 의미와 발전 방안’을 발제했다.
원 교수는 “15년이 지났지만 영화제로서 아직 성장기가 아니다”며 “전주영화제가 키운 대표작이나 영화인, 지역 전문가가 없다”고 진단했다. 원 교수는 “매년 스탭이 바뀌어 늘 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독립영화제작자인 고영재 대표는 디지털 삼인삼색의 장편화를 호평하며,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역시 인력 육성을 지적했다. 고 대표는 “전주영화제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이 관건이며, 투자·제작·수입·배급 체계의 안정화는 경험과 역량을 쌓은 영화제의 직원이 주체다”면서 “제작 기금을 확보하고,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IP TV, DVD 등 플랫폼의 다변화와 아카이빙 등으로 부가 판권에 대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에 매년 작품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감독의 참여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지영 평론가도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도 각기 담론을 내세워 소개하는 감독들이 있다”며 “전주영화제만의 사람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제작자 황우현 대표도 “전주영화제는 부산영화제처럼 가지 말고 특색 있는 섹션으로 사람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보탰다.
이와 함께 영화제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논의됐다. 영화제와 축제성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됐다.
원 교수는 “전주영화제는 처음 전주의 대표 축제와 영상문화산업 발전이라는 명제로 출발했지만 후자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풍남제와 대사습 등의 자리를 성격이 다른 영화제가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과 더 가까이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대중적인 개막작 등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 대표는 “지역민과 영화제의 점접이 넓어지도록 관, 시민, 영화제 조직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며 “감독과의 대화나 사진 촬영 등을 비롯해 게스트가 전주에서 지낸 흔적을 시민이 모으는 등 세부적으로 문화적 체험을 경험하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을 참관한 객석에서는“전주영화제가 그들만의 리그인가, 함께 하는 축제인가라는 의문이 들며, 일반인에게서 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일반인, 청소년 등도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와 축제의 이분법적 구분을 경계하며 “시민이 같이 열기를 느끼고 참여하는 방식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치열하지 않은 포럼 내용에 대해 일부 객석에서는 “자화자찬 일색”이라는 평가과 함께 “올해 관객 점유율이 높아졌다지만 실제 빈 좌석이 많았다”며 “계량적인 평가에 안일하게 의존하기 보다는 실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5월 초 개최된 전주영화제는 관객 수 6만8477명으로 역대 2위, 좌석 점유율 84.1%, 331차례 상영 회차 가운데 역다 최다인 214회차가 매진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