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반 마리가 기어간다/허옇게 말라가는 콘크리트 바닥에/질질 살 흘리며 간다/촉촉한 저편 풀숲으로 건너는 길은/오직 이 길뿐이라고/토막 난 몸뚱이로 쓴다/제 몸의 진물을 찍어/평생 한 一자 한 자밖에 못 긋는 몸부림/한나절 땡볕에 간단히 지워지고야 말 한 획’(‘몸붓’)
지난 2009년 전북일보의 신춘문예에 시 ‘입춘’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전북작가회의 회원 안성덕씨(60)가 첫번째 시집 <몸붓> 을 출간했다. 몸붓>
총 58편이 실려 있는 이 시집은 실업자나 건달, 노숙자, 임대아파트 입구집에서 구두닦는 금자씨 등등 신산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시인은 시집을 통해 ‘처지가 처지를 알아보고 아픔이 아픔을 눈치채듯이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때로는 잃어버린 낭만으로 때로는 은근한 유머로 우리의 세상살이를 달랜다.
특히 시인은 세월을 탕진한 대신 얻게 되는 연륜의 깊이와 넓이로서 우리 모두가 ‘몸붓’의 안간힘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묵묵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