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태권도를 배워 내 인생이 바뀌었다’라는 말을 들을 때, 미국에 진출한 보람을 느낍니다.”
지난 4일 무주 태권도원 개원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현곤 사범(67·공인 9단)은 지난 1976년 미국으로 건너가 40년 가까이 미국인들을 지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고창군 해리면 출신인 이 사범은 1958년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 1964년 전주 ‘지도관’ 전북 본관에서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갔다. 군 제대 후 서울에서 미군 자녀들을 가르치던 그는 미국에서 사범 생활을 하던 선배의 초청으로, 1976년 2월 태평양을 건넜다.
“친구 아파트에 한 달 남짓 얹혀 살았습니다. 하루 종일 도장에 나가 있어도 수련 문의는 한 건도 없었죠.”
그는 미국 생활 초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얼이 담긴 태권도를 미국에 알리고자 하는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광고 전단을 돌리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격파시범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지난 1979년 자신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딴 체육관 ‘HK 태권도’를 열었다. 이 체육관에서 35년 동안 길러낸 제자만도 수만 명에 이른다.
이 사범은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선 태권도 사범을 무시하는 풍토였지만, 미국은 사범을 교육자로 대우했다”면서 “이 때문에 제자들이 한국의 정신이 담긴 태권도를 배우면서 공동체 정신을 몸에 익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범은 무주 태권도원 개원을 계기로 전북 태권도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60년대 전북은 전국체전 태권도 전 종목을 석권하다시피 했고, 전국에서 태권도로는 제일 우수한 지역이었다”면서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 태권도원 개원을 계기로 과거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사범은 세계태권도연맹 교육분과 부위원장, 미국태권도협회 교육분과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세계태권도엑스포 등 국제행사에서 영문 번역 등의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또 기부금으로 조성되는 태권도원 상징지구 조성사업에 모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