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대중화를 이끌며 화제를 모은 ‘광대전(廣大戰)’이 다시금 펼쳐진다. 대통령상을 수상한 명창들의 대결이 오는 14일부터 다음달까지 전주의 한옥마을 소리문화관에서 벌어진다. 소리꾼의 권위가 아닌 청중 친화적인 판소리의 무대를 복원하고 고품격 소리의 맛을 전하기 위한 명창 서바이벌 ‘광대전3’이 올해 소리의 본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명창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건 경연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계급장 떼고 내공 겨뤄
올 광대전에 출사표를 던진 명창은 8명이다.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장으로 작창과 소리를 겸하는 송재영 명창(53·제29회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대통령상), 국립창극단 수석단원이자 무대 위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김차경 명창(52·제36회 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이 연륜과 함께 농익은 소리를 선보인다.
전북도립국악원 판소리부 교수이자 폭넓은 성량의 소유자인 김연 명창(49·제6회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대통령상),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 악장이자 호방하고 투박한 소리의 소주호 명창(48·제11회 임방울 국악제 명창부 대통령상), 일찍이 판소리 신동으로 이름을 날린 강영란 명창(47·제21회 목포 국악경연대회 명창부 대통령상),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원이자 묵직한 내공을 지닌 김현주 명창(43·제15회 보성소리축제 명창부 대통령상)도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
출중한 실력으로 이른 나이에 명창의 반열에 오른 현미 명창(36·제14회 판소리명창명고대회 명창부 대통령상 수상),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의 장원을 수상한 뚝심 깊은 김나영 명창(36·제40회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대통령상)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광대전Ⅰ’과 ‘광대전 Ⅱ’에서 각각 중도 하차해 기량과 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소주호 명창과 현미 명창은 절치부심의 각오로 재도전한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을 맡은 김현찬PD는 “일각에서 섭외 라인업(line up)이 약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올해는 대중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소리꾼보다 오히려 탄탄한 내공을 쌓은 명창으로 짜여졌다”며 “더욱 치열하게 실력을 갖춰 소리의 예술성과 재미를 동시에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나만이 아닌 우리가 잘 해야
올 광대전은 가수 이안 씨가 사회를 맡는다. 조별 대결로 시작해 최종 1명이 남을 때까지 모두 6번의 대결이 이뤄진다. 14일과 28일 모두 5번의 결전을 치르며, 다음달 결승전이 열린다. 지난 2012년과 지난해 광대전이 명창 개개인의 역량과 실력을 평가하는데 치중했다면 올해는 단체전을 통해 소속감을 높이고 축제성을 더했다.
조추첨 결과 A조 김현주 송재영 김차경 김나영 명창, B조 김연 소주호 현미 강영란 명창이 정해졌다. 이들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주제로 각각 3분씩 경연을 한다. 200여명의 청중평가단은 4개의 일대일 대결마다 투표를 하며 우승팀을 결정한다. 많은 득점을 한 조에서는 3명이 3번째 무대로 진출하며, 진 팀은 2명에게만 진출권이 주어진다. 각 조에서 3번째 대결에 올라갈 명창은 같은 조 안에서 실력을 겨루는 2번째 대결로 정한다.
3번째 임무는 한 가지 악기를 선택해 판소리와 꾸민다. 4번째 대결은 입체창(立體唱, 대화 창)으로 치러진다. 최후의 2명에게는 눈대목 부르기와 자유 미션이 주어진다.
전주MBC 측은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자문위원팀을 꾸렸다. 조통달 명창(세종전통예술진흥회 이사장), 유영대 고려대 교수(국문과), 최상화 중앙대 교수(전통예술학부)가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하며, 감상하는데 도움을 제공한다.
‘광대전3’는 MBC ‘우리가락 우리문화’특집으로 편성돼 오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12시20분에 6차례 전국에 송출할 계획이다.
한편 광대전 우승자는 ‘최고의 광대’라는 명예와 함께 상금 1000만 원과 해외 여행권을 받는다.
김현찬PD는 “소리문화관 마당을 판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무대로 만들겠다”며 “이 프로그램을 전주MBC의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