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개월 맞은 이형규 전북도 정무부지사 "창의성·감성이 지배하는 미래사회, 전북이 선도해야"

새만금사업 국무총리실 기획·조정 역할 필요 / 도민 자신감 회복, 차별화 된 지역강점 살려야

▲ 이형규 정무부지사가 취임 2개월을 맞은 소회와 새로운 전북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이형규 전북도 정무부지사가 취임 2개월을 맞았다. 지난 7월 10일 취임한 이 부지사는 “전북은 변화의 흐름에 뒤처져 상대적 빈곤 속에 살았다”며 “21세기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사회, 새로운 전북의 비전을 만들어내 그 비전에 도민들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지사는 취임 후 대외협력과 함께 경제·새만금 분야까지 관장하면서 업무 영역을 넓히고 있다. 행정부지사와 정무부지사의 역할을 획일적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누가 잘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일을 맡아야 한다는 게 이 부지사의 소신이다.

 

지난 11일 도청 집무실에서 이 부지사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지역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 취임하신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8년 만에 전북도에 복귀하셨는데 그동안 업무를 수행하시면서 느끼신 소감은.

 

“예전 행정부지사로 재직할 때는 새만금과 부안 방폐장·동계올림픽 등 지역 현안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무조건 일처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해 실패한 부지사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 의지에 따라 정무부지사를 맡았고, 송하진 지사님과도 민선 6기 도정의 방향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책임감이 더 크고, 지역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각오도 새기고 있습니다.”

 

- 취임과 함께 시대의 변화를 들어 전북의 새로운 비전을 강조하셨는데요.

 

“전북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사회, 지식정보화사회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낙후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이를 만회하기 위해 남들이 간 길을 그대로 쫓아서는 안됩니다. 미래학자들은 지금이 지식정보화 사회라면 앞으로의 사회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로봇이나 기계가 아닌 사람의 감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소프트웨어 산업이 지배하는 사회를 말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전북은 상대적인 강점이 있습니다. 제조업 분야를 따라가지 않고 이 분야를 선점해서 창의성과 감성이 살아움직이는 터전을 만들어준다면 전북이 다시 한 번 도약,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와 문화콘텐츠 등 미래사회를 염두에 둔 일자리 창출과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입니다.”

 

- 공무원들에게 전문성과 책임감을 주문했습니다. 이 시대 바람직한 공직자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신다면.

 

“공직자들이 변화의 흐름을 신속하게 읽어내고 주도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전북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마인드도 필요합니다. 지금은 산업사회처럼 그저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스마트하게 잘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모든 것을 한 사람이 끌고 가는 시대도 지났습니다. 각자 아이디어를 내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성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풍토가 필요합니다. 전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고 도와 시·군, 부처간 팀워크를 통해 시너지효과를 내야 합니다.”

 

- 전북도의 이번 조직개편안에서 정무부지사의 역할이 기존 대외협력에서 경제·새만금 분야까지 확대됐습니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실 계획이신지.

 

“정무부지사의 역할이 단순히 사람을 만나고 행사에 참여하는 데 그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고, 부지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왔을 때 이 부분은 지사님께 충분히 밝혔습니다. 정무부지사의 역할은 지사의 정무적 판단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정책을 다루는 국무조정실에서 오래 근무했고 새만금위원으로도 활동한 만큼 경제와 새만금 분야는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고 싶습니다.”

 

- 전북권 공항이 다시 관심사입니다. 현재 논의되는 3곳의 공항 입지 중 새만금지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히셨는데요.

 

“공항 부지는 결국 정부에서 정할 것입니다. 전북도 차원에서 특정 후보지를 선정해 건의할 수는 있지만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흐름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종합계획’에 전북권 공항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공항 입지는 지역사회 갈등이 없어야 하고 관련 자치단체장이나 정치인들의 반대가 없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새만금 마스터플랜에 반영돼 있고 지역사회 반대도 없는 새만금지구가 현실성 있는 적지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 국무총리실 새만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셨는데,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땅을 매립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매립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추진해야 하는데 비용 문제와 분양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선뜻 나서는 투자자가 없는 형편입니다. 민간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동서2축·남북2축 도로 등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합니다. 또 현재 민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LH와 같은 공기업이 부지를 매립하는 공영개발 방식 도입도 필요합니다. 새만금특별법 개정을 통해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 새만금개발청이 신설됐지만 당분간은 국무총리실에서 새만금 사업 기획·조정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봅니다. 새만금개발청은 사업 집행 기능을 맡고 있지만, 지금은 집행보다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지 정하는 기획·조정 기능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총리실 산하에 새만금사업추진단을 둘 필요성이 있고, 그 이전이라도 한·중 경제협력단지 조성 업무를 전담하는 심의관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 끝으로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보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호남에서도 주도권을 광주·전남에 뺏기면서 도민들이 피해의식과 함께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 보입니다. 전국, 나아가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려면 개방적이고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데 피해의식이 많고 또 너무 폐쇄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전북은 대기업이 거의 없어서 일자리 등에 어려움이 많지만 농생명과 문화·콘텐츠 분야 등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강점이 있습니다. 이제 시야를 넓혀 두둑한 배짱으로 큰 꿈을 가져야 합니다.”

 

● 이형규 정무부지사는 총리실 28년 근무 '정책통', 새만금 등 지역 현안 능통

 

민선 6기 송하진 도정을 함께 이끌고 있는 이형규(61)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28년간 국무총리실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진안이 고향인 이 부지사는 전주 해성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에서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통계학과) 3학년 재학 중 행정고시(16회)에 합격, 공직에 입문한 그는 1976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조정실에서 기획총괄과장과 규제개혁심의관·기획수석조정관·사회문화조정관·심사평가조정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후 2003년 8월부터 3년 동안 전북도 행정부지사(강현욱 지사 재임)를 역임했다. 또 2006년 7월부터는 3년간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이사장을 지내면서 각종 투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2010년에는 전주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로 임명돼 창업지원단장을 맡으면서 청년 창업을 지원,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정책통·경제통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전북의 숙원인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서는 지난 2011년 5월부터 국무총리실 새만금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현안을 꿰고 있다. 새만금위원직은 정무부지사로 임명되면서 곧바로 사퇴했다.

 

송하진 지사와는 중앙부처 재직 때부터 소통해왔고 전북도 행정부지사 시절, 당시 도 기획관리실장을 맡았던 송 지사와 1년여 동안 도청에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다. 또 행정학 박사학위도 같은 정책학 분야에서 받았다.

 

평소 걷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주말이면 가급적 시간을 내 CEO들과 가까운 산에 오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