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갑오년 새해를 맞아 푸른 말처럼 비상하려는 청년(靑年)을 화두로 삼았다. 정부가 국정기조로 내건 문화 융성의 바탕이야 말로 인적자원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부터 매주 1명 또는 팀으로 9개월간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무용 등 장르를 불문하고 도내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32명(팀)을 소개했다.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변화와 도전, 재미를 추구하며 열정을 태우는 20~30대의 삶과 작업을 조망했다. 인터뷰 대상자는 도내 문화시설 종사자와 동종의 문화예술가, 교수, 언론인 등에게서 복수 추천을 받은 사람으로 선정했다. 기존을 틀을 깨며 자신의 분야에서 담금질하는 청년 문화예술가에게서 도내 문화계의 미래를 엿보았다.
△나이가 아닌 작품이 젊어야
청년 문화예술가가 지니는 공통점은 새로움이다. 이들은 재미과 열정, 창작의 등가 법칙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정체된 도내 문화계에서 기존과는 다른 자리매김을 위한 자구책이기도 했다.
지난해 제7회 21C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지역 팀 최초로 대상인 문화체육부장관상을 받은 국악실내악단인 벼리국악단은 감각적으로 우리의 소리를 풀어내며 자신들의 위치를 만들고 있다. 지역의 대표 퓨전 국악연주단인 소리애도 국악에 클래식과 재즈를 더해 이색적인 국악을 들려주고 있다.
전통 판소리가 지배적인 도내에서 ‘발라드 판소리’라는 이름으로 소리와 가요를 접목한 1인극 ‘별소릴 다하네’를 15차례 공연한 소리꾼 김대일 씨(33)도 대중과의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가 돋보였다. 한국무용이나 현대무용에서 벗어나 댄스와 뮤지컬을 접목한 뒤 상상력을 더한 판타지 댄스컬을 지역에서 선보인 안무가 오해룡 씨(34)의 도전도 빛났다.
△지역성의 한계를 넘어
도내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곳에 안주하지 않은 청년도 화제였다. 디지털시대에 지역이라는 한계를 벗어나 고유한 문화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이들이다.
전통문화가 강세인 도내에서 군산 출신·거주·활동의 박원태 씨(22)의‘방방’이 2014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에 지명되면서 대상 후보에 오른 소식은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군산 힙합’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그가 속한 팀인 애드밸류어도 군산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음악을 하는 또래들이 모여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복디자이너 황이슬 씨(27)는 ‘한복으로 세계 정복’이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고 있었다.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면서 지난 8월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또래들과 서울에서 한복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한복도 청바치처럼 하나의 패션과 스타일로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황 씨의 포부에서 전북스타일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었다.
△수평적 소통 문화 추구
청년 문화예술가들은 탈권위주의를 지향했다. 동종업계에서는 수직적인 위계가 아닌 수평적 권위를, 대중과는 소통에 무게 중심을 두며 인적자원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사진가 장근범 씨(35)는 “수평적인 사고 방식에서 창의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며 “우리가 사는 공간이 젊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가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기획자 박영준 씨(35)는 ‘예술공장’이라는 단체를 통해 새로운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08년 10여명이 모여 만든 이 단체는 수익을 구성원의 수에 맞게 n분의 1로 나누는 방식으로 동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