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데리고 새벽산책을 해본 사람은 안다. 참 성가시다는 것을. 따라 오는 것이 아니라 이끌고 간다. 먹을 게 없나 두리번거리고 영역 표시하느라 가다 서다를 계속한다. 주객이 전도되어 개 뒤꽁무니 쫓다가 산책 기분 망쳐버리기 십상이다.
문화와 관광의 관계를 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문화가 관광을 이끌어야 하는데 끌려 다니기 일쑤라는 것이다. 느리고 더딘 속성 때문에 다른 것과 만나면 꼭 이런 수모를 당한다. 문화공보부 시절에 문화는 공보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문화부라 칭한 적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 돈도 못 벌고 힘도 없어 곧바로 관광과 체육을 업어야 했다. 이름 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이것이 문화의 속성이요 한계라면 한계다. 문화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돈을 목적으로 하면 문화답지 못해 결국 돈도 놓치게 된다. 문화가 돈벌이를 목표로 하는 관광과 묶이는 것을 경계하는 까닭이다.
문화재단은 이러한 문화의 속성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공의 예산으로 꾸려가는 곳이다. 그 목적이 돈을 벌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잘 쓰자는 데 있다. 기금 확보가 중요하고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추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래야 건강한 문화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하게 된다.
돈 버는 것이 중요한 관광은 문화재단의 일이 아니다. 돈이 되기 때문에 공공예산 지원 없이도 가능하다. 수많은 관광회사나 여행사를 보라! 관광정책을 종합적으로 체계화하려면 관광공사를 세워 이끌어가게 하면 된다. 문화재단은 느리고 더딘 문화를 전문성을 갖추어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문화는 분명 관광의 강력한 원동력이다. 그러나 관광을 목표로 하는 순간 문화의 건강성을 잃어 결국 관광자원이 되지도 못한다. 전주한옥마을이 각광을 받게 된 것도 그곳의 독특하고 건강한 문화 덕분이다. 요즘 위기를 운위하는 것도 돈벌이에 그 문화가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정되지 않으면 관광의 열기도 이내 식어버릴 것이다. 제대로 된 문화만이 관광자원도 되고 산업도 된다. 돈의 유혹에 넘어가면 허접 쓰레기로 전락하여 돈도 자원도 되지 못한다.
사람과 개의 습성이 다르듯 문화는 문화의 길이 있고 관광은 관광의 전략이 있다. 잘못 섞으면 시너지는커녕 괜한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 진정 돈과 사람을 모으겠다면 재단이 아니라 공사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종민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