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는다는 것

▲ 김동수
햇살에 스며드는 일이다

 

가을 날 물들어 가는

 

감나무 잎처럼

 

뜨겁고 어두웠던 마음들

 

널어 말리며

 

이제 온 힘 다해 살지 않기로 한다

 

싹이 돋고 잎이 자라

 

낙엽이 지는 사이

 

자박자박 누군가 오고

 

또 누군가 가버린

 

이 이역의 순례에서

 

그대와 나의 발자국

 

하나로 포개보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천천히

 

햇살에

 

나를 꺼내 말리는 일이다

 

 

△김동수 시인은 1981년 월간 〈詩文學〉으로 등단. 시집 〈하나의 창을 위하여〉 〈말하는 나무〉 〈를러〉 등과 평론집 〈한국현대시의 생성 미학〉 〈시적 발상과 창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