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효자동 다사랑노인복지센터...어르신들 활력소 공간이었는데"

화재 피해에 기초생활수급·차상위계층 등 갈 곳 없어져

“불이 난 이후 머릿속이 하얗고,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화재 피해를 입은 전주 효자동 다사랑노인복지센터 김윤규 센터장(60·다사랑교회 목사)의 한숨 섞인 하소연이다.

 

김 센터장은 이달 4일 오전 9시 30분께 전화 한통을 받고 눈앞이 깜깜했다.

 

다사랑노인복지센터에 불이 났다는 전화였다. 복지센터 내 정수기에서 전기적 원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 불로 복지센터 102㎡ 가운데 82㎡ 부분 소실되고, 센터 내부가 모두 그을리는 피해를 입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에 놀란 김 센터장은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추석 명절도 잊은 채 현재까지 센터 복구에 힘을 쏟고 있다. 센터에 불이 난 사실을 모르는 노인들이 “왜 이번 달에는 서비스를 안 해주느냐”고 전화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복지센터는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현재 보험금으로 도배와 장판 등 내부 인테리어만 끝내 놓은 상태다. 그러나 보험금으로는 내부 공사 이외에 책상과 의자 등 다른 집기를 구입할 여력이 되지 못했다. 현재 센터에는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던 그릇과 타고 남은 서류 등만이 텅 빈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

 

김 센터장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했는데, 어르신들에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모든 시간이 9월 4일 오전 9시에 멈춰버린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어르신들에게 전화가 오면 ‘지금 멀리 와 있어서 당장은 서비스를 해드릴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 생각나는 것은 그저 막막하다보니 어떤 도움이라도 받아서 하루 속히 어르신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고 덧붙였다.

 

김 센터장은 그동안 다사랑노인복지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차상위계층, 독거노인 등의 집으로 찾아가 수발을 들고, 식사와 빨래, 청소 등을 책임지는 등 혼자 사는 노인들의 아들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사고 이후 이 모든 것을 할 수 없게 됐고, 노인들 역시 센터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센터를 이용해 온 양양순씨(75·전주시 효자동·여)는 “많은 노인들이 이곳에 나와 하루를 보내면서 즐겁게 지내왔다”면서 “이런 일을 겪으니 뭐라고 표현을 못하겠다”며 눈물을 닦았다.

 

전주 효자동에 사는 정인선씨(78·여)도 “많은 분들의 도움의 손길이 이어져 복지센터가 하루 빨리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으면 한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한편 김 센터장은 1984년 중소기업체 간부로 재직하던 중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하고 86개월 동안 전신마비 상태로 병상에 있었다. 90년대 초부터 상태가 호전되자 1995년 전 재산 약 5000만원을 털어 ‘다사랑복지회’를 설립, 20여년 동안 봉사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