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시조문학상 수상한 백강 신길수 시인 "피어나는 꽃 통해 새로운 인생 담아내"

시조집 〈바람이야기〉속 '목련꽃 서정'으로 수상 / "75살 나이 숫자에 불과"

백강 신길수 시인에게 일흔다섯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혼자 있을 땐 시를 쓰고 손님을 맞을 땐 신나는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노래를 들으며 시작된 대화는 시와 노래, 운동을 넘나들며 쉼 없이 진행된다. 어느덧 상대의 눈은 백강 선생에게 고정됐고, 그에게 빨려 들어간 상대방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만 연발한다.

 

이런 백강 선생이 시조쓰기 30년 만에 인생에 가장 보람된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며 평소와 달리 본인의 자랑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도 상을 처음 받아본 사람처럼 “앞으로 더욱 열심히…”“주변의 기대에 어긋남 없이…” 등의 다소 쑥스러워하면서 소감을 밝혔다.

 

30년 넘게 후진양성을 해오며 원광대 사범대학장과 대학원장을 지냈고, 가람시조문학회 회장까지 역임하며 수많은 수상을 이어왔던 그였지만 이번 수상은 어떤 수상보다 가슴깊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강원도 화천군 월하문학관에서 열린 제15회 월하시조문학상을 수상한 신길수 시인은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남 없이 시조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 좋은 시조쓰기에 정진하겠다”고 했다. 월하시조문학상은 원로 시조시인 월하(月河) 이태극(李泰極)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시조시인들과 후학들의 주도로 1996년에 제정한 문학상이다.

 

신 시인의 수상작 ‘목련꽃 서정’은 백강 시조집 26권 〈바람이야기〉에 담겨진 59번째 작품이다.

 

이 시는 ‘은밀한 예사랑으로 시작해’, ‘봉실한 꽃 봉오리’, ‘순결한 모습’, ‘햇살도 눈이 부신 듯’이라는 젊고 활기차며 섬세함을 담고 있다. 한편의 시로 설레임을 전한다.

 

이번 수상은 대학에서 체육인을 양성하며 30년 전 우연히 시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그에게 제2의 인생을 맛볼 수 있는 쾌감이다.

 

“많은 생각을 짧은 시에 모두 담아 놓고 보면 나 자신도 항상 새롭게 다가옵니다. 넓은 보폭이 필요한 체육인으로 살아온 것과 짧고 간결한 시인으로 살게 된 두 번의 인생을 경험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꽃이 피었다 지고, 다시 피는 것을 보면 모든 게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는 그는 “수상작 역시 피어나는 꽃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담았다”고 했다.

 

월하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의 평가를 맡은 심사위원단은 신 시인의 작품에서 그의 혈기와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평가했다. 월하시조문학상 김준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백강 신길수 선생은 스물여덟권의 시조집을 출간해 호평을 받아왔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섬세한 감성으로 창조한 순수 서정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시조문학상과 한맥문학상 본상, 문예사조문학상 본상, 마한 문학상 등을 수상한 신 시인은 현재 가람시조문학회 고문과 시조문학문우회 부회장을 역임하며 시조문학 발전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