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상징공간으로 전라감영 복원을

오랫동안 전주시의 어젠다였던 전라감영 복원문제는 옛 전북도청를 철거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전라감영의 역사와 옛 도청사의 역사를 양팔 저울에 올려놓고 시름하느라 세월을 보냈다. 양쪽 다 의미 있는 역사공간이기에 현존하는 옛 청사를 부수고 감영을 복원하는 일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문화재 복원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전주시장의 말은 건축물보다는 정신적 가치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전라감영 복원사업은 건축물 복원과 동시에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함께 복원하는 데에 집중되어야 한다. 문제는 취지를 담아낼 방법이 무엇인가에 있다.

 

전라감영의 가치는 호남 문화의 중심이자 대한민국의 근대 민주주의가 시작된 핵심공간이라는 것에 있다. 전라감영은 동학농민혁명 당시 동학혁명군은 정부와 ‘전주화약’이라는 민주적 계약을 성사시켰고, 계약실천을 위해 세운 집강소의 총본부가 있던 곳이다. 많은 학자들이 전주화약과 집강소설치를 한국 근대민주주의 출발점이라 칭하고 있는 만큼 감영복원사업은 그 가치를 잘 표현해내야 한다.

 

따라서 숭고한 민주적 가치를 만든 사람들에 대한 기념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 프랑스 개선문의 꺼지지 않는 불처럼 한민족의 민주정신이 영원히 타오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을 ‘민주문화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전국화’하자. 전주화약을 맺은 날짜에 맞춰 복원준공식을 하고, 전라감영이 ‘대한민국 민주문화유산1호임’을 선언, 그 날을 대한민국 근대민주주의의 기념일로 선포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전주시민과 전북도민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시민 전체가 후원하는 형태를 갖추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한 핵심가치를 표현할 공간에 대해서는 시민의 아이디어와 시민의 힘으로 완성하게 하자. 복원사업에 시민이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 가치복원의 참 의미를 실현하는 것이 될 것이다. 옛 도청사를 잃은 아쉬움이 큰 만큼 민주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서 민주도시라는 지역의 자존감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전주는 조선시대 최고의 경제력을 지닌 곳이자 인쇄와 음식 등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호남 제일의 도시였다. 전라감영 복원사업으로 그 때의 영광이 재현되기를 기대한다면 역사·문화·예술·관광을 이어주는 종합적인 기획이 있어야 한다. 해묵은 과제 한 건을 해치웠다는 속 빈 업적만 남길 생각이 아니라면 더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