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유가족, 남겨진 자의 아픔

▲ 윤명숙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생이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나누고 싶고 함께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이별을 하게 되는데, 그 이별은 어떤 방식으로든 늘 시리고 아프다. 10여 년 전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다정다감했던 사촌 동생을 한순간에 잃었다. 자살로 대학교 3학년의 생을 마감한 여리고 착했던 동생 때문에 한동안 많이 힘들었지만, 갑작스러운 상실에 힘들었던 사람은 누구보다도 부모, 형제 아니었을까? 부모 버리고 떠난 못난 놈, 자식교육 잘못시켰다는 세상의 따가운 시선아래 오랫동안 그 아이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은 우리 집안의 금기였다.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는 해마다 많은 사람을 자살로 떠나보낸다. 그러나 이제는 떠난 자 만큼이나 남겨진 자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사랑하는 가족의 사별은 인간이 인생에서 경험하는 가장 큰 스트레스이며, 자살로 인한 사별은 다른 유형의 사별보다 강도가 높으며 많은 슬픔을 경험하게 된다.

 

자살 사별의 독특성과 복합적인 양상으로 인한 상처는 일정한 사별 기간을 거친 후 돌아오는 정상적인 애도 반응과는 달리 평생 그들의 가슴속에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남게 된다. 이처럼 자살자 유가족들은 심리적으로 더 큰 고통과 자기 비난, 수치감을 느끼므로 전문적인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 자살로 자녀를 잃은 어머니를 면담한 적이 있다. 그 어머니는 자녀가 자살로 사망한 것을 알고 있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는 심장마비로 인한 급작스러운 죽음이라고 말하였고, 그 누구도 자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자살자 유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족의 자살 사실을 알면 멀리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의 사망 원인을 거짓으로 말한다. 또한, 자살을 둘러싼 가족들 간의 암묵적인 비밀은 다른 충격적이거나 수치스러운 사건이 발생될 경우 정서적인 문제에 관해 의사소통이 부족하므로 가족을 취약한 상태에 빠뜨릴 수 있다. 자살로 인한 사별은 가족 체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며, 남아있는 가족 구성원들의 자살 위험률을 높게 증가시키기도 한다.

 

많은 자살자 유가족들은 “왜 자살했을까?”와 같이 자살의 의미를 둘러싼 의문들 때문에 더욱더 갈등을 느낀다.

 

또한 “왜 내가 그것을 막지 못했을까?”에 대해 다른 사별자보다도 죄책감, 비난, 책임들을 더 많이 느끼며, 자살 행위를 예측,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심하게 자책한다. 유가족들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을까?”를 자주 묻곤 한다. 즉, 사랑하는 사람에 의해 거부당했거나 버림을 받았다고 느끼면서 동시에 자살자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이제는 우리가 자살자 유가족과 함께 걸어가 주어야 한다. 남겨진 가족들이 아픔과 슬픔을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가족들이 참척의 고통과 슬픔을 어루만지고, 함께 손을 잡고 슬픔을 나누면서,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삶을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망과 평온함을 만날 수 있도록 자살자 유가족 지원서비스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치유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