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예술가·명창 숨결 부채에 담아

유백영씨, 소리전당 무대 선 예술가 서명·손글씨전 / 전주부채문화관서 내달 2일부터 공연 사진도 전시

▲ 유백영 사진작가

전북의 대표적 문화공간인 한국소리문화전당 공연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은 누구일까. 2001년 전당 개관 때부터 지금까지 주요 공연을 놓치지 않은 ‘관객’이 있다. 사진작가 유백영 씨(60, 법무사)다. 전당 전속 사진작가인 그의 렌즈에 들어간 공연만 1700개에 이른다. 주말과 저녁 시간을 온통 전당에 전당을 잡힌 셈이다. 그의 이런 작업은 2011년 소리전당 개관 10주년 사진전 ‘무대 사람 그리고 유백영’으로 소개됐고, 지난해에는 ‘최다 무대공연사진 촬영작가’로 천년전주기네스에 올랐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사진과는 좀 거리가 있는 이색적인 전시회를 준비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유명 아티스트들의 숨결을 부채에 담아 전주부채문화관에 펼친다. ‘세계의 음악, 바람을 나누다’(10월2일부터 12일까지).

 

소리전당에서 공연을 가진 세계적 예술가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26점의 부채와 국내·명인 명창들의 손글씨가 담긴 20점의 부채가 이번 전시회에 나왔다.

 

세계 제1의 크로매틱 하모니카 연주자 지그문트 그로븐,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고전작품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소피아 발레단의 안무가 요그단 크라체프, 국제음악콩쿠르 입상자 모리 후미카, 뮤지컬 오리지널 캣츠팀 등과, 한국의 조수미·오정해·장사익 등이 부채에 서명한 주인공들이다.

▲ 선운 임이조의 손글씨.

자신의 예술세계를 단문 메시지로 남긴 명인들의 손글씨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강낙승 선생(중요무형문화재 이리향제줄풍류 보유자)은 “풍류는 오묘한 가락이 만타”고 했고, 정재만 중요무형문화재 승무 예능보유자는 “삶은 춤이다”고 적었다. 또 임이조 승무 전수조교는 신선을 그린 그림으로 부채 선물에 화답했다. 이생강(대금)·이흥구(학연화대합설무)·박상옥(선소리)·이세환(거문고)·나금추(상쇠)·김수연(판소리)·김덕수(장고)·국수호(승무)·이춘희(경기민요)·조상현(판소리)·황병기(가야금)·정인삼(소고춤) 등의 명인들도 손글씨와 손도장을 유 씨에게 건넸다.

 

“소리꾼들에게 예술성이 높은 전주부채는 소장하고 싶은 애호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2개의 부채를 준비해 1개는 공연자에게 선물하고 나머지 1개에 사인이나 손글씨를 받았습니다.”

 

유 씨는 공연장에서 사인을 받지 못하면 예술가의 작업실이나 집을 찾아가기도 했단다. 이 과정에서 일화도 많다. “광주에서 활동하던 조상현 명창은 ‘수업이 수백번 훈련하면 안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는 글씨를 써줬는데 혹시 잘못 쓰지 않았을까 다시 보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판소리 명창 김수연씨는 서울 한국의집에서 공연을 앞두고 손도장을 찍었는데 옷에 먹물을 묻히려 하느냐고 조크하면서도 기꺼이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 벽사 정재만의 손글씨.

세계 각국의 유명 아티스트들도 부채 선물을 반기며 같이 기념촬영을 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단다. 이들이 부채를 통해 한국과 전주를 기억하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시회에서는 서명과 손글씨를 남긴 주인공들의 공연사진과 그들의 음악이 함께 한다. 전시를 주최한 부채문화관은 이번 전시가 소리축제 기간까지 계속돼 음악애호가들과 관광객들에게 전주부채와 전주의 멋을 만끽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