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풍경 2

▲ 전재복
버스가 가고 트럭이 가고

 

번쩍이는 외제차가 폼 재며 가고

 

택시가 가고 오토바이가 가고

 

잽싸게 달리는 승용차들 옆으로

 

허름한 손수레도 힘겹게 간다

 

돈 쓰러 가는 사람 돈 벌러 가는 사람

 

돈 때문에 돌아버린 사람

 

하나같이 어딘가로 사람들이 가고 있다

 

돌잡이 상을 잘 못 받은 탓 일게다

 

허리가 휘게 짐수레 끄는 저이는

 

몇 년째 고시학원만 드나드는 저이는

 

속 빈 연필을 집었을까

 

포동포동 살 오른 얼굴로

 

며느리를 언니라 부르는 저 집 시어머니는

 

엉켜버린 실타래를 집었나보다

 

차들이 가고 사람이 가고

 

세월이 간다

 

△전재복 시인은 1993년 ‘한국시’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등이 있다.